책 읽기

Stephenie Meyer의 'Host'

뚝틀이 2009. 2. 19. 23:37

행성을 옮겨 다니며 그곳 생명체의 두뇌를 점령하고 살아가는 외계종족 소울(soul). 인간 멜라니(Melanie)에 투입된 소울 방랑자(Wanderer). 보통의 경우처럼 눌려버리지 않고 뇌의 어디엔가 자리 잡고 방랑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멜라니의 영혼. 그 결정에 따라 멜라니의 동생과 또 그 사랑했던 사람을 찾아나서는 방랑자와 멜라니라는 복합체. 이 복합체가 찾아낸 사막 한가운데의 비밀 동굴 본부. 수색대의 끄나풀일지도 모르는 소울을 죽이려드는 그곳 사람들. 하지만, 그 방랑자 머릿속에 아직 존재하는 멜라니 덕분에 목숨은 보존되고, 그 소울의 이타적 사고체계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어느 사이 Wanda라는 애칭도 붙게 되고, 육체의 주인의 옛 사랑이었던 Jared에 대해 멜라니뿐 아니라 완다도 사랑을 느끼는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그 완다를 또 Ian이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는 중, 생필품을 구하다 다치는 동생 Jamie를 구하려 완다가 헌신적으로 모험을 무릅쓰게 되고......

 

어느 책이건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게 마련이다. 스테프니 마이어는 이 Host에서 이기심이 행동원칙이 되어버린 우리사회에 이타심의 의미를 전하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꾸몄다. 대개의 SiFi에서와는 달리 여기에서는 완다가 착한 존재다. 그냥 착한 존재가 아니가, 끝없이 자신을 추스르며 남을 위하는 쪽으로만 생각하고 결정하는 그런 존재다. 편견에 시달리고 시기와 질투로 점철되는 인간세계와는 대조되는 존재다. 오죽하면 결국 끝 부분에 가서 멜라니를 위해 자기의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는 희생적 결정까지 하게 되겠는가.

 

총 판매 3000만부가 넘는 Twilight의 작가이고, 이 책만 해도 30주 넘게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선전에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 처음 도입부는 너무 어지럽다. 나중 스토리 전개와 연결됨이 전혀 없는 다른 행성에서의 삶들이 어땠는지 뭐 그런 어설픈 동화 같은 이야기와 너무 유치한 이름들로 가득하다. (Singing World, Planet of the Flowers, Fords Deep Waters,....) 100페이지 정도가 지나서야, 사막의 비밀기지에 이르러서야 이야기가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표현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나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나타날 뿐, 공상소설 특유의 논리성도 없고, 장면묘사나 상황전개 설명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설프다. 서스펜스?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어린아이들도 넘겨짚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이 단순하다. 상상력의 빈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한계 아닌가.

 

책을 읽는 내내 거의 역겨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왜 책을 끝까지 읽었냐고? 첫째는 습관 때문이었고, 둘째는 책값이 아까워서였고, 셋째는 그냥 새로 나온 단어나 배워보자는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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