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Khaled Hosseini의 The Kite Runner
자전적 소설이란 원래 자기가 어렸을 적 얼마나 가난했고 힘들었는지 뭐 그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다. 가문 있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개인적인 종까지 거느리고 사는 주인공.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꾸며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 호기심까지 생긴다.
엄마가 나 Amir를 낳다 하늘나라로 갔으니, 난 결국 아빠로부터 엄마를 빼앗아버린 그런 존재. 우리 집 절름발이 종의 아내는 언청이 Hassan을 낳자마자 누구랑 눈이 맞아 도망 가버리고. 그 Hassan도 내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으니 우린 형제처럼 지내지만, 그래도 그의 의무는 나를 충직하게 섬기는 것. 나는 아빠를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약골인데, 저 Hassan은 나보다 더 묵직한 성격에 사나이답고. 아빠가 혹 그에게서 내게 없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은 아닐까? 아빠보다 더 아빠다운 아빠의 절친한 친구 Rahim Khan. 그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야기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서전이 아니고 참회록을 쓸 모양이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피부 빛도 다른 천한 종족 그 Hassan을 조롱하는 나. 불량배 Assef 일당 앞에서 그를 친구가 아닌 종이라 선언하기도 하지만, 그 어느 한 때도 나에게 반항함이 없이 충직하기만한 그. 그들에게 폭행당할 절제절명의 순간 새총의 명수 나의 Hassan은 '애꾸눈 Assef'를 만들어주겠다는 위협으로 나를 구해주고, 나 Amir를 연날리기의 영웅으로 만들려다 그 인간이기를 포기한 불량배들로부터 인간 최악의 폭행을 당하지만, 그냥 못 본 체 넘어가버린 비겁한 나, 결국은 아빠의 눈으로부터 그라는 존재를 없애버리려 누명까지 씌우지만, 오히려 스스로 자신이 도둑질을 했다고 자인하는 그. 위선자요 비겁자인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
이야기는 자서전도 참회록도 아닌 거의 엔지니어링 수준의 빈틈없는 픽션이다. 가볍게 지나치는 단어나 문장, 그런 것은 없다. 그 어느 부분도 그냥 흘려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사이엔가 그동안 깔려있던 복선들이 튕겨져 나오며 퍼즐 맞추기가 계속된다. 톱니를 한 번 보여줌은 거기에 맞물리는 톱니를 나중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때로는 너무 인위적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내면적 갈등,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더 굳어져가는 자신의 잔인함과 위선에 대한 회한. 그런 심리적 터치를 조국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운명과 씨줄 날줄로 엮어가며 써내려간 치밀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다.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도망 와서 편안한 삶을 누리지만, 마음의 멍에가 점점 더 큰 무게로 다가오던 어느날, Rahim Khan의 ‘이제 네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전화. 죽음을 앞둔 그가 전해주는 진실.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충직했던 Hassan의 모습, 그가 자기의 배다른 동생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그에게 남겨진 아들 Sohrab이 처해있는 위험. 편한 삶과 의로운 삶 사이에서의 갈등,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잠입, Sohrab의 납치범이자 그의 어릴 적 원수이었던 Assef와의 운명적 만남, 죽음의 순간 Sohrab의 한방으로 ‘애꾸눈 Assef’는 현실이 되고, 미국행의 어려움 속 Sohrab의 자살기도, 스스로의 세계로 자신을 가둔 그. 이 책의 힘은 그 이야기의 흐름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회한과 갈등. 마지막의 연 날리는 모습과 그 회상. 생각이 생각을 이끌며 읽는 이가 벗어날 틈을 주지 않는다.
좋은 내용의 좋은 글은 개인뿐 아니라 그의 조국에도 힘을 안겨준다. 아프가니스탄. 어떤 나라인가. 러시아에 짓밟히고, 탈레반에 유린당하고, 그 와중에도 부족 간의 눈먼 갈등으로 산산조각 무너져 내리는 그런 나라.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희망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그런 한심한 나라였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표현에 빨려 들어가면서, 아프간 민족의 자부심을 접하고, 탈레반이란 예외적 존재의 만행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어떤 선전 팸플릿에서보다 더 강력하게.
또 하나 있다. 물론 작가의 트릭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아프간 말을 배우게 된다.
"He has nang and namoos." Honor and pride.
Zendagi Migzara, we say, life goes on.
이런 식이다. 마치 자신의 속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길이 없어 불쑥불쑥 모국어가 튀어나오기나 하는 듯이.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대응영어는 슬슬 빠지기 시작한다. Inshallah!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도, 아프간 단어를 배우지 못했다면 그만큼 손해 보는 것 당연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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