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당신과 악수 한 번 나누어본 적 없지만, 아주 옛날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던 당신.
내 비록 당신과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어본 적 없지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마음 터놓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던 당신.
주위사방 당신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몰아내려던 분위기 가득했던 그때도, 내 누구보다 더 대신 나서서 이해시켜주려 애썼던 당신.
당신 그리고 또 당신으로 상징되던 모든 것을 허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이 치밀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당신의 그 말할 수 없는 번민과 고뇌, 조금도 가감 없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었소.
당신 마음속의 그 외침이 내 귀엔 선명하게 들렸단 말이오. 내 친구 된 당신의 그 모든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꼈단 말이오.
그러기에, 그동안, 내 오늘의 이 엄청난 일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얼마나 두 손 모아 빌고 기원했는지 아시오? 얼마나. 얼마나.
내 친구여. 이제 끝났소. 아! 사랑하는 내 친구여.
애통이니 어쩌니 하는 입 바른 말 하지 않겠소. 그저 당신 마음이 평안을 찾았기를 빌겠소.
당신이 원했던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그 모든 노력. 그런 것들일랑 걱정 말고, 그저 잘 가소.
그것은 바른 길이었고, 그런 사회는 틀림없이 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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