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어요.

뚝틀이 2009. 5. 30. 12:18

이제 그는 우리를 떠났습니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그는 우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 이야기해도,

이제 더 이상 그의 미소에 우리도 미소를 지을 수 없다는 그 사실 하나로 분명 그는 우릴 떠난 거예요.

 

자신에게 부여된 힘을 접어두고서, 스스로를 낮추면서,

누려온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누려온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이제 그런 것 상관없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려 애쓰던 그의 인품만을 기억해서 무엇 하나요.

사진으로 영상으로가 아니라, 그가 살아있으면서 그런 힘을 계속 내뿜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았겠어요.

 

평생 신조로 삼아온 깨끗한 삶이란 아이덴티디가 무너졌다는 상실감에,

견딜 수 없는 수치를 강요당하며 더 물러날 곳도 없이 코너에 몰린 사람의 울분에, 억울함에, 무력감에

그 스스로 삶의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그 누구를 원망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무리 권력이 뒤지고 뒤져봐야 찾을 것이 없었다면, 그 얼마나 멋졌겠어요.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어쩌다 그 부인이 그런 일에 말려들었죠? 어쩌다 그 자식들이 그런 일에 말려들었죠?

아니 설령 말려든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왜 적어도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일에 넘어갔던가 말이에요.

동물보다 더한 영악하고 잔인한 이들이 판치는 그 권력과 정치판의 생리를 익히 알고도 남았을 그 가족이 말이에요.

 

아빠란 사람을 그렇게도 몰랐던가요?

남편이란 사람이 살아온 그 고난의 과정 또 그 의미를 정말로 몰랐단 말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을 그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몰아넣은 것은, 그 누구이기 이전에, 바로 당신들 가족이었어요.

 

몸서리쳐집니다.

혹 이것이 옳고 그름에 대한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리시대 대부분 사람들이 걸려있는 집단최면의 비극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요.

'뚝틀이의 생각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초, 들꽃, 야생화  (0) 2009.07.31
주례사  (0) 2009.06.07
친구여, 잘 가소.  (0) 2009.05.23
마음이 울적할 땐 기타 곡을  (0) 2009.04.26
소백산에서의 이 어처구니없는 일에 분노를 느낀다  (0) 2009.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