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Günter Bentele의 '소설로 만나는 중세이야기'

뚝틀이 2009. 10. 13. 17:54

샤를마뉴 대제가 유럽을 통일하고 아헨에 프랑크 왕국(또는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를 세웠던 그 당시부터 페스트가 창궐하던 암흑기 사이의 중세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 제목이 ‘소설로 읽는....’이라고 되어있어서, 일종의 대하소설 분위기가 아닐까하는 기대로 책을 잡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토픽을 잡아 그 테마를 클로즈업시켜 이야기를 꾸며나간 그런 책이다. 말하자면 유럽역사를 YouTube로 보는 그런 식이라고나 할까. 책의 원제목을 보니 ‘Augenblicke der Geschichte. Das Mittelalter’. 직역을 하자면 ‘중세역사의 순간들’ 뭐 정도가 될 텐데, ‘소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더 매력적이라고 출판사에서 생각한 모양이고,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것이 들어맞은 셈이다.

 

저자는 교황을 호위했던 병사, 영주들 핍박 아래의 농민, 약탈자로 전락한 기사, 왕의 주치의, 알프스 산을 넘는 무역 길에 따라나선 짐꾼, 편지를 주고받는 남매 또 연인 등으로 화자의 입장을 바꿔가며, 중세에 치열했던 왕권다툼, 교황과 황제의 권력쟁탈전, 십자군 전쟁 등의 ‘큰 사건’들은 물론, 당시의 힘없는 농민들 또 수도사의 생활들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동화나 우화 같은 분위기에서 전해주려 애쓰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곰브리치의 역사책 비슷한데 ‘민중의 눈에 보인 이야기’로 풀어썼다는 점에서 그 근본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몇 가지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인쇄상태가 아주 불량한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점이고, 세련되지 못한 번역으로 문장이 덜컹거리는 것 또한 불만족스러운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