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Dan Brown의 ‘The Lost Symbol’

뚝틀이 2009. 10. 24. 00:55

다빈치 코드의 작가가 쓴 이 책. 아마존에 들어갈 때마다 눈에 띄던 이 책. 요란함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나 할까, 아직 그 책은 읽지 못했지만, 왠지 그냥 이 책은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주문했고, 이 두툼한 책을 받자마자 기대에 차서 읽기 시작했다. 빙고! 그렇지! 책이란 것은 이래야지! 글의 흐름도 좋고 짜임새도 단단한 것이 물건 하나 확실한 것 건진 느낌이다. 경기병 서곡이 울려퍼지는 듯 시인과 농부가 흐르는 듯, 바둑돌이 놓여가는 그 모양새가 곧 이세돌과 뤼나이웨이의 한판 대결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그래서, 아차하며, 다빈치코드 페이퍼백 주문까지 넣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중반에 들어서니, 뭔가 좀 이상해진다. 흐름의 속도가 더해지는 듯싶은데, 아직도 Freemason이 어쩌니 Noetics가 어쩌니 ‘강의’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깊이도 없고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는 꼴이요, ‘깊이’도 없고 ‘틀’도 없이 바둑돌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이게 뭐지?

 

책 끝부분의 반전은 정말 ‘압권’이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 어떻게 이렇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반전을 집어넣을 수 있지? 차라리, 이런 극적인 ‘내용반전’이 아니라 ‘장면반전’이면 그래도 ‘스토리’가 살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반전 후의 이야기들은, 이게 소설인지 아니면 술 취해서 늘어놓는 횡설수설인지, 그냥 Blah blah blah...... 아까운 외화를 낭비했다는 자책감만 엄습한다.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위키에 따르면 다빈치코드가 8000만부 넘게 팔렸다고 하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불 넘는 수입이 작가에게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또 유튜브를 보니 이 작가가 새로운 작품 ‘Solomon’(이 The Lost Symbol의 주인공 이름이 솔로몬)을 쓰고 있다는 ‘뉴스’가 이미 2년 전에 나왔다. 그렇다면, 그 재력으로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을 충분히 고용해서라도 더 ‘치밀하게 과학적인’ 데이터를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시간이 급할 것도 없었으니, ‘편집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이야기의 짜임새를 더 다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좀 폭 넓은 ‘은밀한’ 서클(물론 엄격한 NDA를 쓰게 하고서라도)에 미리 돌려 피드백이라도 받았더라면 이런 ‘졸작’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