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180 폰, 무지개 폰

뚝틀이 2009. 11. 12. 19:23

무지개 폰.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크기인데, 상대방의 혈압과 맥박 또 그 변화량을 체크해가며 지금 그 사람이 허풍을 떨고 있는지 아닌지를 실시간 진동모드로 알려주는 것은 물론, 관상 수상 분석해가며 상대방 성격의 특징과 장단점을 색깔등급으로 표시해주고, 좀 더 고급모델은 상대방의 '솔직한 속생각'까지 문자메시지로 화면에 나타내주는 휴대폰. 그런 휴대폰이 나온다면 시장은 있을까?

 

FTA 협상에 임하는 외교관,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장소로 향하는 사업가, 또 소개팅 자리에 나가는 선남선녀, 이런 사람들에게 이건 문자 그대로 기본 장비아니겠는가. 너도나도 사려할 것이다. 그것도 asap 모드로.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영광굴비나 금수산송이는 그들이 비싸기에 그만큼 더 인기 있는 선물품목이 된 것처럼.

 

그렇지만, 나에겐 아무래도 그런 gadget가 꼭 개짓같이 생각된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절실한 요즘 사회에, “180cm도 안 되는 쬐끄만 것이...”, “통장에 180만불은 있니?”, “사는 아파트 180m2는 되는 거예요?”라고, 겉으로 말하는 것과는 180도 다른 상대방의 속생각을 알게 된다면, 이 얼마나 불행이겠는가. 어찌 남의 생각뿐이랴. 남을 대할 때의 그 '외교적 위선'과 다른 자신의 솔직한 마음상태를 확인하면서, 공연히 108번뇌만 가득해져,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게 될 것 아닌가.

 

하긴, 그래도, 외교관이나 사업가 말고, 이런 무지개 폰이 유용한 그룹이 있기는 하다. 4대강이니 세종시 문제니, '본질'은 때려치우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태도가 180도 팍팍 변하는 정치가들에게는, 올챙이 적 기억 없이 생각회전이 180도 자유자재인 개구리들에게는, 벽에 걸린 거울 옆에 이런 gadget 하나씩 붙여주는 것이 그럴듯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