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의 소유자. 아무 근거도 없이, 하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견해내는 능력. 단순히 노려보기만 함으로써 거기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 몸에 직접 손을 대지 않더라도, 그가 입었던 옷이나 손 댔던 물건을 만지면, 그 사람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까.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초능력의 신비나 그 자체에 대한 무슨 생각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존재 의미와 역할 모색에서의 고민 , 그 능력보유자로서의 내면적 공포나 부담감, 또 그런 능력이 떨어지고난 후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무슨 깊은 철학이나 심리학적 관점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그저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전형적 일본 작가 더구나 여류작가의 섬세함 아니던가. 일본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 첫 단계, 차분해짐. 그 다음, 몰입. 그 다음, 감정이입, 불안감, 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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