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불멸의 인간학, 史記

뚝틀이 2009. 12. 22. 19:02

司馬遷의 史記. 이번에는 서해문집에서 내놓은 일본사람들이 쓰고(각 권마다 다른 저자) MOIM이란 곳에서 번역한 다섯 권짜리 책이다.

독특한 편집 방법.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듯이, 먼저 개괄적인 요약그림을 보여준 다음, 개별사건 하나하나를 풀어가는데, 그것도 본기와 열전의 기록을 차례로 보여주며 일종의 '다른 각도에서의 복습' 형식으로 보여주고, 또 군데군데 필요한 곳에 보기에 편한 글자크기와 색깔로 달아놓은 주석을 달아놓고.... 참 아기자기하게 엮은 책이다.

史記를 읽을 때 마다 생각나는 말. 서양고전에서는 역사와 문학 또 철학이 뚜렷하게 구별되지만, 동양(물론 지금부터 2000년 전 이야기라면 당연히 중국)고전에서는 그런 분리가 무의미하다는 史文哲 一體의 생각은 바로 이 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2100년 전이라는 그 오래 전에 어떤 '불행을 겪은 사람'이 쓴 이 책을 왜 그렇게 읽고 또 읽는지. '이젠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나?' 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이 하나다. 本紀와 列傳 또 世家의 그 '미세한 인간심리'도 놓치지 않는 인간관찰기록이 매력적이라.

언제나 접하는 '똑 같은' 내용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그런 매력을 풍기는 책이 또 어디 있으랴. 여기 담긴 시대정신과 그 속을 살아가던 인간군상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아직 유효한 드라마' 아닐까? 이번에 읽으면서 그런 점을 더 실감나게 느꼈다. 그만큼 흐뭇한 느낌이고.

 

이런 史記 또 三國志니 楚漢志니 하는 그런 인간적 면모가 짙게 담긴 대서사시를 생활철학의 일부로 삼고 살아가는 그 중국인들과 우리의 대비를 생각한다.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서양사람들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멘털리티와 동양식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멘털리티 대결구도에서라면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