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이라느니,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느니, 왜들 이렇게 사람 들볶지 못해 안달들이지?
좋은 뜻이라고? 생활의 지혜라고? 알지, 알아, 그런 거 누가 모르나.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사실 바로 그런 말들 때문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해지는 줄 알기는 알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면 어떻게 되는데. 내일이면 세상이 없어지나? 아니면 내가 내일 어떻게 되나?
Hasta mañana를 입에 달고 사는 남미 사람들, 만 마~더를 연발하는 만만디 중국 사람들.
잘못하면 그 사람들처럼 된다고? 그 사람들 사는 게 뭐 어째서.
산에 오르다 쥐가 난다면 어떻게 할까. 계속 올라야 한다고?
설마. 하긴 설마가 사람 잡는 세상이니, 좀 참았다 오르면 되기야 되지. 그런데, 또 쥐오른다면?
삶을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고, 쥐오르는 것을 심리적 아픔에 비유한다면?
그래도 내일은 없다 그런 식으로 돌격~ 앞으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어야 한다. 될 수만 있다면.
현실 모르고, 어찌 그리 한가한 소리나 하고 앉았냐고? 천만에. 나 지금 누워있는데.
누워서 곰곰이 생각하니,
역설적으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그런 마음의 여유야말로 유일한 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일들을 한 번 돌이켜보니,
지난번에 생각을 좀 더 깊게 했더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그런 일들과,
지난번 이 일 할 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더라면 이렇게 뒤죽박죽되지는 않았을 텐데,
뭐 그런 식의 리콜 성격 녀석들이 적지 않았단 말이지.
일이란 것이 무엇인가.
내가 내게 시킨 일? 그렇다면, 좀 더 여유를 갖을까 말까는 내가 정할 일이지.
남이 내게 시킨 일? 그렇다면, 내가 들볶인 게 중요한지 내 일의 품질이 중요한지 그건 그 사람 몫이지.
세종대왕 돌아가시고 이순신 장군 돌아가셨어도 우리나라 아직 잘 굴러가고 있고,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 그 회사들도 잘 굴러가고 있지. 이건 팩트고 진실 아닌가.
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웃기는 일 아닌가.
아주 간단한 생각실험 하나.
나도 너도 또 그 누구 하나하나도 마음에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좋은 곳인가?
아니면, 나라가 회사가 잘 되기 위해 너도 나도 정신없이 들볶여야 하는 그런 나라가 좋은 곳인가.
좋은 나라의 궁극적 기준은 개개인의 삶 아니던가.
신체의 신비 중 하나인 통증. 그 자체보다는 그가 보내는 신호가 더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하는데,
그런데, 심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무리가 올 때 이때는 이에 준하는 날카로운 통증현상이란 것이 없다는 사실.
이건 더 놀라운 신비 아닌가? 조물주가 육체를 보호하는 신호는 선물했는데, 정신보호 신호는 끼워주지 않았다는 것.
산에 오르다 쥐가 나면 심한 감기 몸살이면 사장님도 옆 사람도 다들 그만 쉬라고 생각해주는데,
마음이 힘들 때는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은커녕, 그깟 뭐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그러느냐 실눈까지 뜨는 이 세상.
결국,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는 나라도 회사도 아니 식구조차도 아닌 바로 나 자신 아닌가.
더 길게 이야기 끌어 무슨 소용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은,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의 삶을 음미하며 즐기는 것. 행복. 행복. 안온함과 행복감.
그런데, 숫자로 표시할 수 없다고, 눈에 또렷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헛것에만 신경 쓰고 거기만 따른다면?
하지만, 그래도, 아직 한가한 헛소리로 들린다고?
간단하게. 아주 간단하게. 오늘부터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내일로 미루고,
정말 중요한 것 그런 것들만이라도 미리미리 제대로 챙긴다면,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나중에 급한 일로 변모 되어 날 때리게 되는 부메랑 효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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