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사람과 여유 있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론적으로야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다가오는 일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미루는 것이 습관화 되어서 일이 급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허둥대는 사람은 쫓기는 인생이다.
이것은 일과성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습관으로 심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시속 20마일 같이 사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20대와 시속 40마일로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40대.
20대에는 가능성도 많고, 또 어떤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여유가 허용된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방황이라는 것조차 젊음의 특권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40, 50, 60대가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갈수록 삶의 무게가 더 짙게 드려지며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빨리 다가오고 사라진다.
20대 일의 대부분은 일종의 권리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권리는 의무란 모양으로 변해나간다.
갑작스런 일이 생겨도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허용되지 않고, 당황하는 만큼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것은 그저 마음속 생각일 뿐이고,
우왕좌왕하는 상태에선 남을 헤아리기는 여유는커녕 남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그 자체가 힘에 버거워, 급기야 열등감과 능력부족의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뛰어내릴 수도 없다. 냉엄한 관성의 법칙엔 인정이란 따스함이 있을 리 있겠는가.
어떻게 하면 여유 있는 삶, 그 삶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과 급한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데, 그 구별은 일의 타이밍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요한 일이 미뤄지면 결국 나중에 급한 일로 다가오게 되는 법이니,
앞날을 차분히 설계하고 거기에 필요한 골격을 차근차근 준비해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나이 35의 내 모습과 나이 45, 55 때의 내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인생의 설계를 하고,
그 설계를 현실화 시키는데 필요한 일들을 적당한 때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할일이 넘치는 일상생활에서 언제 그런 여유를 마련하는가 하는 것, 타이밍이다.
너무 이르면 긴박감이 없어서, 너무 늦으면 다급해져서, 부실해지기 쉽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의 알맞은 조합이 삶의 기본이다.
그런 준비가 귀찮다고? 우선은 지금 편한 것이 중요하다고? 그 편함이란 노년의 여유를 미리 당겨쓰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
그 어느 누가 앞으로 다가올 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환경의 변화는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전 세계적인 것이다.
오늘의 변화는 15,16세기의 르네상스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또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이 뿌리 채 흔들리고, 오늘의 변화는 어제의 변화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은 어떤 구체적인 준비를 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폭넓은 지식? 맞는 말 같지만 여기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폭넓은 지식이란 TV 퀴즈에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다.
서로 연관이 없는 지식은 아무리 모아보아야 상식에 불과하다. 그런 지식이라면 google을 뒤져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탄탄하다는 것은 '든든한 기초위에 꿰어진 지식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사극을 많이 본다고 역사학자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밥상은 왜 받는가?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밖으로 나가서 세상의 여유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던가?
밥그릇 크기 자체가 삶의 의미인양 거기에 승부를 걸 일이 아니다.
밥상 옆에는 무엇이 있는지, 또 지금 문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런 것도 생각할 여유를, 또 그런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그 안목을 바탕으로 중요한 것과 급한 것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 이외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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