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개혁, 표심

뚝틀이 2010. 2. 24. 17:24

오바마의 월스트리트 연설을 읽는다. 탐욕에 휩싸인 소수의 농간에 미국경제가 희생될 뻔했던 금융위기. 그런 재테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고, 그런 사람들의 경제적 희생과 그들의 세금으로 겨우 이 위기를 넘기게 된 이때....blah, blah, ...... 작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내용을. 하품 나는 그런 이야기를. 이건 그 사이 변한 것 없다는 산 증거 아닌가.

 

마을 하나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우리 마을이 잘 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겠지. 하지만 막상 그 방향으로의 개혁이 시도된다면? 크건 작건 상관없이 자신이 손해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꼼수를 쓰기 시작하겠지. 교묘한(기득권층이란 원래 이런 재주에 능했기에 그 위치에 도달한 것 아니던가) 이론을 만들어내고, 로비도 치밀하게 하면서, 여론을 만들고, 의회에 브레이크세력을 키우겠지.

 

결국 대다수 무뇌족들은 그 ‘희망사항’이 사실은 ‘허상’이고 거기에는 엄청난 ‘원칙적 부당함’과 ‘실질적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그날그날 살아나가는 것도 버거워하는 ‘일반대중’에게는 이런 ‘시끄러운 개혁의 마찰음’이 신물 나게 느껴지고, ‘제발 좀 조용히 살 수 없냐고’ 눈을 흘기고..... 언제 어디서나 늘 반복되는 그런 역사의 모습 아닌가.

 

노무현도 김대중도 그 누구도 ‘고삐를 죄는’ 개혁에는 성공할 수 없었듯이, 오바마 역시 ‘불쌍한 꼴’을 겪게 되기 십상이다. 이건 바로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설마라고? 물론 그는 어떻게 해서든 금융개혁을 밀어붙이려하겠지. 하지만, 의료보험 하나만 해도 의회를 설득시키기 힘든 마당에,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하며 교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 금융기득권 세력이 어찌 그리 쉽게 물러나겠는가. 그저 지금까지 몇몇 투자은행이 다른 은행에 흡수되고, 또 얼마간의 은행원이 해고된 그것으로 이 ‘사태’는 끝난 것으로 유야무야 될 것이고, 월가의 흥청망청 연봉 또 성과급잔치는 계속될 것이고, 파생상품이라는 카지노 칩의 매력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어디 큰 틀의 정치나 경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평생, 이것은 옳고 이것은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젖어온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이, 구름 잡는 것에 다를 바 없는 ‘희망사회’나 꿈꾸며 살아온 내가, 수 없이 부딪치고 좌절해야만 했던 ‘인간사회의 본질적 비극’ 아니던가.

 

이 조용한 밤에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가. 동물처럼 내 이해관계만을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기? 공연히 쓸데없이 나와는 상관없는 ‘나라’니 ‘당위성’이니 하는 그런 것들이나 들먹이며 잠 못 이루는 이런 바보스러움 언제까지 계속할까. 어차피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엔트로피의 증가가 인간사회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진실일진데. 어차피 지금까지 내 진심과는 상관없이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로 오해되는 분위기로 흐르기 십상인 것을 수없이 경험하고도....

 

잠깐 깜빡하는 사이에 꿈이 스쳐간다. 안타까운 꿈이.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간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 목적지를 향하여.....

하나 둘 차에서 뛰어내린다. 길옆의 ‘그 매력’을 찾아. 급기야는 운전자조차도.

‘우리’? ‘길’? 그런 것 없다. 하물며 ‘목적지’따위야. 모두들 허겁지겁 ‘각기경주’에 빠져든다.

운전자도 없이 버스는 계속 앞을 향한다. 어쩔 수 없어 핸들을 잡아본다. 가로수 들이받지 않도록.

하지만, 길 모양이 점점 심상치 않게 변해간다. 오른쪽이 왼쪽보다 점점 높아진다. 이러다간 이제 곧 쓰러지겠다.

외친다. 다급하게 외쳐본다. 누가 브레이크 걸 줄 아냐고. 누구 좀 여기 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