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하면 떠오르는 것은? 의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이 그저 이해관계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는 사람들. 그들의 말대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변신일까? 아니면 양심이 괴로운데도 그 판에서 살아남으려 저렇게 발버둥치는 것일까.
농촌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길 한쪽으로 어미 꿩이 앞서고 새끼들이 그 뒤를 따르는 그림 같은 그 모습, 어찌 탄성이 튀어나오지 않을 수 있겠나. 동석한 마을사람들이 차를 세우란다. 그 녀석들 잡아야한다고. 그럴 수야 없지, 못 들은 척 난 태연히 운전을 계속한다. 그때 얼마나 핀잔과 설교를 들었는지. 그들이 얼마나 해로운 존재인지를 알기나 하느냐고.
작년 봄. 극심한 가뭄을 이겨내고, 그동안 애써 가꾼 보람이 있어, 드디어 옥수수 새싹들이 예쁘게 고개를 내민다. 이 모습 보는 게 내 즐거움. 새벽 잠 깨자마자 그리로 달려가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악. 그 귀여운 옥수수 새순들이 날카롭게 잘라져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안타까운 마음에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지만, 영문을 모르겠다. 그때 문뜩 떠오르던 마을사람들의 말. 이런! 꿩들의 짓이었다.
이사 오던 첫해, 집 주위에 운치를 더하려 작년 장마 때 코스모스를 좀 옮겨다 심었다. 그 녀석들이 연출하던 계절의 운치. 지나가던 사람들이 울타리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 다음 해엔? 밭이고 마당이고 가리지 않고 사방에 코스모스다. 집 주위를 무자비하게 점령해나가는 ‘잡초’들을 제거하느라 ‘미칠’ 지경이다.
농사란 무엇이고, 집을 가꾼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일. 거기에 부합하면 대환영이요, 어긋나면 제거의 대상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머릿속에 그리는 어떤 그림에 맞추어 나라를 가꾸는 일. 야당에겐 민주주의란 제도가 참 좋은 것이겠지만, 일단 여당의 입장이 되고나선 그 그림을 방해하는 모든 존재는 없어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일 것이다.
호젓한 산책길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꿩 그것은 분명 낭만적이고, 철길 따라 화려한 코스모스 그 역시 분명 감탄의 대상이다. 자연을 가꾼다는 ‘다른’ 입장이 이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국민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가, 나라경영이라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꿩과 코스모스처럼 다르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아. 불쌍한 농사꾼들이여. 정치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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