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금강스님의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뚝틀이 2010. 3. 23. 16:27

이미 육지로 연결된 완도도 원래가 섬이니 해남이 한반도 땅 끝. 그곳 달마산 앞에 자리한 미황사. 거리도 멀고 교통이 불편한 이곳이 일반인 관심 밖에 놓였던 것은 당연. 그렇던 곳이 지금은 한 해 1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명소’로 탈바꿈. 그것은 이곳을 속세에서 찾아오는 중생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근심을 보살피고 어루만져 주는 곳으로 만들려 부단의 노력을 기울인 주지스님 금강스님의 공.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주인공인 금강스님 자신이 잔잔한 수필형식으로 미황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과 생활을 들려주고 있다.

 

조선조 오백년간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산 속에 자리잡아야했던 사찰들. 그러기에, 이제는 역설적으로, 세상번뇌로 가득 찬 마음을 씻고 달랠 수 있는 최상의 수행 장소가 될 수 있게 된 사찰이라는 공간. 금강스님은 어떻게 세상중생을 이런 천혜의 공간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난 20여 년간 처음엔 한문학당과 참선수행 그리고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을 차례차례 도입해나가며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차분히 풀어나간다.

 

절이라는 곳은 한 번 휘 둘러보고 지나치기만 했던 나, 그런 나에게 자하루니 요사채니 하는 건물들이 무슨 용도며 또 그 보수 및 건립 내력이 어떠한지 글 상세히 기술하는 이 에세이집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가끔 운치 있는 사진까지 곁들여가며 사찰이 세상과 어떤 형태로 소통해야 하는지, 사십구재라는 것이 어떤 배경을 갖는지 발우공양이 어떻게 평등정신을 실천하는 행위인지를 차분하게 설명해나가는 것을 따라가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라도, 절과 자연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스님들의 생활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보기위해서라도 이 땅끝마을 미황사를 한 번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