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George Friedman의 'Next 100 Years'

뚝틀이 2010. 3. 29. 17:37

번역판 제목은 ‘100년 후’로 되어있지만, 이것은 분명 잘못이다. 책의 내용은 지금부터 앞으로 한 세기 동안 국제적 파워게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그 과정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전망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제 미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자는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미국은 앞으로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다음 한 세기 동안 미국은 전성기를 누릴 것이다.

 

중국이 실제적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역사로 보나 지정학적 특성으로 보나 또 극히 미국의존적인 그 산업구조로 보나 지금의 성장세는 곧 한계를 맞게 될 것이고, 어쩌면 국가분열에까지 이를 것이다. 러시아 역시 인구가 감소해가며 그 힘을 잃을 것이고 어쩌면 소멸해버릴 수 있는 나라고. 서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 역시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그 활력을 잃을 것이고.

 

앞으로 10년 20년 30년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강국으로 부상할 곳으로, 서유럽과 러시아의 약화와 미국의 지원에 힘입은 폴란드, 러시아의 몰락으로 구소련의 위성국가를 포함 중동지방 무슬림국가들의 맹주로 떠오르는 강국 터키, 그리고 분명한 논거를 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국의 위치를 유지하며 군사력을 꾸준히 키워가는 일본, 저자는 그렇게 보고 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이들 강국 사이에 에너지 확보 젊은 노동력 확보 등의 경제적 필요성 또 무엇보다도 국가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전 성격으로 사소한 티격태격 분쟁이 결국 세계대전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일본의 달나라 기지 발 기습 공격으로 통신시스템과 비행무기 체계에 크게 타격 받은 미국이 처음에는 우왕좌왕하지만 결국 기력을 회복 일본을 꺾고 이어 폴란드를 지원하여 터키와 독일 역시 굴복시켜 세계의 맹주가 되지만 어느 사이엔가 강국으로 부상한 멕시코와의 갈등을 겪으며.....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의문, 미국이 그 막강한 군사력 특히 해군력과 우주전쟁 능력을 구축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그러운 이민자 수용문화에 힘입은 젊은 인구의 끊임없는 유입과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미국의 군사무기관련 연구결과를 들고 있는데 어쩐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소설 같은 내용이다. 물론 소설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찌 보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말에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그 해설을 듣는 그런 느낌에 빠졌었다. 사소한 트집거리를 잡고 늘어질 마음 없이 그의 이야기에 따라가며 그 흐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의 방대한 역사지식과 현재의 상태를 분석하는 날카로운 눈 또 매우 논리적인 상황전개 그 때문이다. 마치 이 세계를 또 국가와 국가 간의 역학관계를 ‘손에 잡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로 바꿔놓는 마술에 빠지듯이 모처럼 읽고 생각하는 재미를 느꼈던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