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Mitch Albom의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뚝틀이 2010. 4. 5. 00:44

가족사랑에 대해 관심도 없는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존경이라는 모순적 생각의 아들. 원하던 학업도 포기해야했고, 거기에 전쟁까지, 상이군인. 계속되는 아버지와의 갈등. 어찌어찌 우여곡절 후 결국은 아버지의 평생 일터였던 놀이공원의 정비원 일을 물려받게 된 주인공. 이런 밋밋한 소재에서도 소설이 나올 수 있을까? 작가 Mitch Albom은 그의 ‘쪼개고 섞는’ 재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은 주인공의 죽음과 거기에 이은 천국으로의 여행으로 시작한다. 끝이 시작인 셈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나게 되는데, 첫 번째는 철없는 어린 시절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사람, 두 번째는 전쟁 때 상사, 세 번째는 놀이공원 설립자의 미망인, 네 번째는 일찍 떠난 부인, 마지막 다섯 번째는 전쟁 때 주인공의 ‘실수’로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되었던 소녀, 이런 순서다.

 

책에서는 heaven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상 여기는 천국이라기보다는 그냥 삶의 정리를 통해 교훈을 얻게 되는 중간 단계 뭐 그런 정도이다. (천국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들 다섯 명과의 대화에 필요한 배경이야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작가가 쓴 트릭은 책 중간 중간에 Today is Eddie's Birthday라는 챕터를 집어넣은 것이고.

 

이건 소설도 아니다. 우선 인과관계가 모호하다. 공을 쫓느라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아이를 피하다 사고로 죽게 된 운전자, 부하를 보호하려다 죽는 상사, 아들이 모르는 어려움을 겪었던 아버지, 일찍 곁을 떠나게 된 부인.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생각할 때 그저 밋밋한 이야기일 뿐인데, 작가는 주인공에게 ‘너 이런 사실을 몰랐었지?’하는 식의 ‘오해를 푸는’ 것으로 챕터 제목에 다섯 가지의 Lesson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더구나 막상 정작 주인공의 잘못으로 죽게 된 어린 소녀와의 대화에서는 고작 ‘그래서 당신이 어린이들을 지켜주는 그런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간단한 결론뿐이고.

 

어떻게 이 책을 주문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 무슨 독서 평을 본 것도 아니고, 줄거리를 어디서 들어본 것도 아니고. 어쩌면 지난 몇 차례 소위 ‘대가’급에 속하는 국내 작가들의 책에서 혐오에 가까운 염증을 느껴 에라 모르겠다하는 일종의 반발 심리로 ‘아무 외서’나 주문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읽지 않았나. 끝까지. 아. 처량한 내 신세.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무엇인가 꾸며보려는 작가라는 직업 또 그들의 신세는 더 처량해 보인다. 마치 쇠별꽃 꽃다지 같은 모델로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보려 애쓰는 내 모습이 투영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