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샹용이(向呤怡)와 비얼리(比尒李)의 ‘달러 쇼크’

뚝틀이 2010. 4. 16. 15:12

얼마 전에 읽었던 George Friedman의 'Next 100 Years'과 그 주장에 있어서 대척점에 서있는 책이다. 그 책은 ‘아무리 누가 헛소리 떠들어봐야 미국은 끄떡없을 것이고 오히려 앞으로의 100년간은 미국의 전성기가 될 것이다’라는 주장으로 가득 찼던 내용이었던 반면, 이 책은 이제 무분별하게 인쇄공장에서 마구 찍혀 풀리는 달러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고 따라서 그 미국화폐는 더 이상 보유할 가치가 없는 녹색의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저자의 폭 넓은 지식과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기에, 어느 책을 읽어도,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일반인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읽는 중간 중간에 책장을 덮어놓고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 책은 당연히 이 책이다. 그만큼 더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저자가 중국인들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서구 각 나라의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에 대한 역사가 아주 깊게 또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여태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도 더 훌륭한 책이다. 오히려 저자들이 중국인이라서 이 책의 내용이 ‘객관적’인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 스타일이 내 비관론적 취향과 맞아떨어져서?)

 

책은 돈은 많아지는데 재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인플레이션은 개인의 시각일 뿐, 국가와 금융기관의 관점에서는 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도구인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고, 바로 그러한 근본적 속성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빠지게 된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국민당 정부시절의 중국 이야기로부터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경험을 마치 내부자가 그 비화를 하나하나 털어놓듯이 설득력 있게 그 필연적 파멸로의 과정을 설명해나간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번역판의 제목이 나타내듯 달러쇼크(원래 책 제목은 大滯張)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기축통화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른 나라들에게 그 인플레이션 효과를 희석시키며 무책임하게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을 사람들이 얼마나 더 신뢰할 수 있을까. 지금은 어느 틀 안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과거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왔듯이 경제현상이라는 것은 한번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댐의 물이 범람해오듯 어찌해볼 수 없이 ‘불쌍한’ 사람들과 ‘불쌍한’ 나라를 덮칠 것이라는 것. 불쌍한 개인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은 거기에 대한 답까지 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