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따듯한 물에 샤워한다는 것이

뚝틀이 2010. 5. 24. 15:47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이때가 기회다 어제의 작업 계속. 우선 뚝틀이쪽 축대 정리. 땅이 푹 젖은 상태라 조금만 요령있게 잡고 당기면 긴 뿌리채 달려나오며 쏘~ㄱ. 이런 것이 바로 발본색원이라고나 할까. 놀라울 정도로 '새끼 소나무'들이 곳곳에. 이 녀석들이 살아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크나큰 관찰기쁨의 대상. 빗 속에 돌 주위를 이리저리 딛고 다니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 느껴져, 작업 성격 전환. 어제 시작한 밭 정리작업 계속. 땅이 푹 젖어 있어서 삽이 쑥쑥 들어가, 작년과 달리 곡괭이 한 번 쓰지 않고 고랑 이랑 정리. 물론 질척질척 흙 덩어리가 잔 작업하기에 적당치 않지만, 그래도 큰 틀 작업하기에는 최적 상태. 비는 계속 내리고 옆에 있는 뚝디는 집으로 아무리 돌아가라 해도 그냥 비 맞으며 내 곁을 떠날 생각 않고. 어쨌든 배수관점에서 경사를 재가며 일에 푹 빠져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 휘지며 이래서야... 집으로 돌아와 급한대로 샤워부터. 저체온증. 몸이 속까지 흠뻑 젖었다는 생각만했지 저체온증이라는 것에 대해선..... 바로 이런 방심이 위험의 근원. 아무리 더운 물 밑에서 애써봐도 차가운 몸이 녹을 생각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이 샤워. 만약 이런 것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어쨌든 사실 금년은 무조건 그냥 쉬고 싶었는데, 이제 며칠 '본격적' 작업을 끝내면 올해도 밭에 나가 파릇파릇 새싹을 보는 즐거움과 이 새싹이 무슨 안내표시라도 되는 양 그 밑에 묻힌 씨를 쏙쏙 파내어 먹는 꿩에 대한 증오가 시작되겠지. 하긴 아까울 것 뭐 있나. 꿩 모습 즐기는 수수료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샤워 후 소파에 앉아 내다보는 저 풍경. 나뿐 아니라 온 산이 깨끗이 샤워. 꽃. 야생화. 며칠 전 계곡 그곳에서 본 큰꽃으아리 꽃봉오리 탐스럽던데 내일 날이 맑아지면 찾아가야지. 백선도 여러송이 피었을 테고. 이제부터 장마 전까지 야생화 잔치. 이 산 저 산 또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할 테고. 친구들이 이해하기를 '거부'했던 개념. 보람이라는 것을 정의할 수 없는 일에서 오히려 행복이 더 큰 법.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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