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엔 밤에만 비가 오고 새벽부터 개이는 것으로 되어있었는데. 지금도 비는 죽죽.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SNS가 있기는 있을 텐데. 구글을 두르려봐도 별로....
트위팅. 일단 나부터라도. 아이폰과 wonderchat로 시작. 그냥 지나가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려도 되겠고... 테스트 시작.
오늘 일요일은 일요일. 새로 만든 정자 여기가 관광버스 거점으로 되어버려 하루 종일 그 소란에 신경이 극도로 피곤해있는데, 길 잃고 엉뚱한 곳으로 하산한 두 사람 길을 묻는데 여기서 십여킬로미터나 떨어진 곳. 버스도 없고 택시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그곳까지 걸어가려면.... 그저 눈 딱 감고 모른 척하려다, 마음이 약해져, 저 멀리 내려간 그들을 좇아가 태워 그곳까지...
이번처럼 칸트에 오래 빠져본 적은 없었다. 하긴, 아주 오래전 당시 내 논문 작업 좀 봐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으로부터 돌아온 답. 분명 독일말인 것은 알겠고, 문법적으로도 맞는 문장인 것은 알겠는데, 무슨 얘기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래서 대충 줄거리를 설명해주면 아하 하면서 표정이 밝아지는데, 그 다음 날이 되면 역시 똑 같이 쳇바퀴 돌기. 칸트를 처음 읽을 때 그랬다. 그와 관련해 들어본 것이라곤 단지 대학 교양과목 철학시간에 자주 나왔던 Das Ding an sich 그뿐. 하지만, 뭐 쓸데 없이 이렇게 복잡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을 꼭 배워야하나 하는 원망어린 생각 뿐. 나중에 실천이성비판에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땐, 뭐 그런 책을 읽는 할 일 없는 사람도 있나 하고 그 사람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언젠가 누가 이야기하던 것. 요즘 칸트를 읽고 있는데, 그 사람 뭐 굉장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더라고, 자기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쓴 사람을 왜들 그렇게 요란하게 떠받드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자기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체계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하면 사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요즘 칸트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또 인터넷을 뒤져가며 새삼 느끼는 것. 우리나라 사람으로 서양철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그 이유는 단순. 철학용어. 표상이나 정언이니 하는 것들이 분명 한글로 쓴 우리말인 것은 틀림 없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원래의 개념을 명확하게 나타내느라 '만든' 단어들인데 일상생활에 쓰이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니, 거기에서 무슨 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일상생활과도 상관 없는 개념들이라 이들을 꼭 배워야하겠다는 그런 동기부여도 없고. 그런 경험을 거슬러 실험 한 번 해보는 의미에서, 이번엔 인터넷을 뒤져가며, 영어로 된 문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우리말 처럼 그렇게 동떨어진 단어들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해보는 그런 용어들을 사용해서인지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을 읽을 때보다 그 개념 파악이 훨씬 수월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단계. 이번엔 독일말로 읽으니, 아까 그 누구의 말,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라는 그 말에 실감이 난다. 일상쓰는 단어들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용어들이기에. 물론 그렇게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내용이니, 나중에 읽는 쪽에서 더 뜻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의 이 시도 이전 훨씬 그 전에는 독일어로 먼저 읽었고 그 다음 우리말로 읽을 때 오리무중의 상태로 다시 들어갔었다는 그 경험이 그런 반론에 대한 답. 꼭 철학분야 뿐이 아니다. 경영학이나 심리학 책을 읽을 때도 사실 마찬가지 경험이었고, 요즘 빠져있는 야생화에 대해 좀 체계적으로 배워볼까하는 생각에 먹칠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용어들. 식물학이 아니라 이건 뭐 완전히 일본어 코스. 왜 우리 학문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용어들을 써야할까. 왜 아직도 일제시대의 잔재가 이렇게 뿌리 깊게 남아있어야하는가. 국수주의적 생각이나 반일감정의 차원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높이는데 꼭 필요한 것이 학문분야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와 동떨어지지 않는 전문용어의 채택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 집을 지을 때 느꼈던 것. 건축에 관련된 거의 모든 단어가 일본 말. 하도 화가나서 하루는 여기 일하던 사람들에게 아예 눈 딱 감고 일본말로 내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모두 뜨악한 표정. 일본말을 할줄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철두철미 일본용어만 고집하는 그 이유는 아주 유치 그 자체. '잡인'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자신들만의 '슬랭'을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 행동. 혹 우리의 철학분야나 경영학 식물학 분야의 전문가들 다 그런 생각 아닐까? 얼마 전, 물리학회에서 낸 우리말 용어집을 봤을 때, 일본식 냄새를 없애고 '우리말 개념'을 살린 그 용어집을 접했을 때, 세상엔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던 그 느낌. 철학에도 식물학에도 또 어떤 학문 분야에도 이런 분위기가 퍼져나간다면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지적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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