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구름 사이로 환한 빛이 곧 드러날 것 같아서 산으로. 이미 며칠 내린 비로 풀과 나무는 푹 젖었고, 그 사이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양쪽에서 풀과 나무가지로 빽빽히. 이 정도야 예상했던 일이고, 오늘은 등산화 대신 장화를 신고 갔으니 어느 정도 분위기도 그럴 듯. 그런데 이게 웬일. 빗방울 똑똑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늘이 시커멓게 흐려지며 천둥에 번개에 본격적인 장대비. 이 정도 비엔 나무 밑에 서있는 것도 소용 없고, 또 더구나 번개까지 저 야단이니... 급히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고 카메라 역시 젖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취해보지만, 어쩌랴, 수분이라는 것이 물이고 또 물이라는 것은 제 갈길 찾는데 도사이니.... 결국 몇 시간 근래에 드물게 흠뻑 젖어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 찾고 찾던 뻐꾸기 몇 송이에 카메라 들이대 보지만 ISO 몇 천을 놔도 사진이 될 리가. 그래도 이 녀석들 있는 곳은 알아놨으니 나중에 다시 오면.... 물에 젖은 초라한 꼴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푸근.... 하지만, 거기까지. 그 고생 끝에 숲을 벗어나 길로 나오니 이게 웬일. 정말 거짓말 같이 해가 쨍쨍. 걷기도 힘들 정도로 해가 쨍쨍.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은 이런 법. 차라리 오전엔 집에서 푹 쉬고, 점심까지 느긎하게 즐기고 이제 슬슬 나가볼까, 오늘 이런 식이었다면? 타이밍? 자신이 고를 수 있다면 타이밍이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완전 운 아니던가. 일기예보? 그건 어차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있었으니, 누구를 원망. 내 어차피 각오하고 올라갔던 것 아닌가. 그럼 웬 불평? 불평이 아니고 그저 그렇게 느낀다는 것. 억세게 운 없는 날. 그래? 아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이 땡볕을 쬐며 산에 갔던 것보다는 오히려 다행이었다라고 생각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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