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3'

뚝틀이 2010. 9. 21. 16:40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본다'는 말을 유행처럼 번져나가게 한 바로 그 책. 보는 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일까. 여태까지 나에게는, 내 그곳에 얽힌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거나 그곳에 써있는 안내판설명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에선 좀 더 여유있게 '좋게' 보고자 노력했다고나 할까 그 정도였지, 이런 깊이있는 탐사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치 않고 그저 표현만 빌린다면 그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단세포적 표현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는 평생을 우리 것의 재발견에 바쳐온 미학 전공자다. 그냥 느낌으로서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에서 어디가 왜 어떻게 아름다운지, 아니면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지, '자로 재듯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고, 또 마치 그곳에서 어렸을 적부터 자라며 들어오기라도 했듯이 거기에 얽힌 이야기랑 그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역사적 환경 또 당시의 시대사 사회사란 큰 틀의 객관적 그림을 머릿속에 지니고 있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다.

그런 전문가의 눈과 그럴 필요가 없는 일반인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 외국 어느 곳에 가 무엇을 볼 때는 얼마나 많이 사전에 준비하고 또 현장에서 그 감탄의 느낌을 극대화하려고 애쓰곤 했던가. '어렸을 적부터 여행이 꿈이었고, 또 그만큼 누구보다도 더 많이 돌아다녔다고 자부하는' 내가 국내여행에서도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꼭 그런 자책감에 빠져서만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그저 하나하나의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고,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가서,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즐거웠다. 일종의 포만감 그런 느낌.

이런 분이 문화재 청장의 자리에 있게 되었을 때, 그가 자신의 평소의 생각을 실제에 얼마나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