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기

뚝틀이 2010. 10. 19. 21:52

목적지 입력. 내비게이션이 묻는다. 고속도로 위주? 최단거리? 아니면, 적당히? 피곤함을 덜으려면 당연히 고속도로 위주. 하지만, 가끔 최단거리를 택해, 왕복 2차선의 답답한 길도 다녀보기도 하고. 그렇지만 가장 합리적 방법은 떠나기 전 미리 지도를 보고 머릿속에 입력한 코스를 내비게이션 참조해 가면서 운전하는 것.

 

지방국도를 다니다보면 답답한 경우를 만나곤 한다. '꽉 막힌' 사람이 '꽉막힌 생각'으로 길을 막고 히 가면서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그런 경우.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별 생각을 다한다. 좀 돌더라도 역시 고속도로 쪽을 택하는 건데.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도 든다. 저 사람이 지금 내가 생각하듯 그런 꽉 막힌 사람이 아니고, 남이야 무엇이라 생각하든 난 주변 경치도 즐기며 가련다, 혹 그런 뱃장의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닐까? 저 사람은 지금 시간도 즐기면서 지금 이 시간을 인생에 편입시키고 있는데, 내 삶에는 지금 이 시간은 단지 목적지로 향하는 그 과정의 일부분일 뿐 내 삶의 일부로 편입시키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겪고 있는, 눈앞에 보이는, 3차원의 세계를 벗어나려 시간의 차원을 더해 생각실험으로 들어간다. 저 사람은 어제 저 모양으로 갔고, 내 지금 여기를 간다면? 어제도 차가 밀린 적이 없고, 지금도 차가 밀리지 않는다면? 저 사람이 나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 또 내가 저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 지금의 이런 상태가 아닌 완전 가치중립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저 사람 사는 방식과 내 사는 방식의 차이는?

 

목표? 목표란 무엇인가. 살아가면서 정하게 되는 목표, 크고 작은 수많은 그 목표들. 하지만, 누가 그 머릿속에 든 그 '0차원적 포인트'를 '최종목표'라 할 수 있겠는가. 사실 그 0차원적인 포인트 또 그 다음 포인트들은 그 다음 목표를 향하는 길의 중간목표, 즉 '1차원적 행로의 중간 표시 포인트' 그런 것 아닌가? 큰 틀에서 보면 '그 다음 목표'의 대부분 역시 최종목표를 향하는 길 중간에 심어지는 0차원 포인트 들이고, 이들의 집합에 삶의 고비나 심리적 기복이라는 높낮이까지 고려하면, 그 포인트들이 모여모여 결국 3차원적 도형을 만드는 것이고.

 

생각은 자동차 운전으로 시작했지만, 삶이란 여정은 사실 고개도 넘고 계곡도 건너는 길고 긴 도보여행. 거기에 0차원적 포인트란 최종 목표 이전에 잠깐잠깐 쉬고자 했던 일종의 쉼터 그 정도 의미 아닐까? 그렇다면, 인생의 최종 목표는? 삶에도 '최종 목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행복, 사랑, 기쁨, 그런 귀하고 값진 것들. 진정 마음 속으로부터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순수한 희망이요 욕구.

 

명예? 지위? 이야기야 어떻게 하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런 것을 추구하게 된다고? 그것이 바로 동물적 본능이라고? 삶을 스포츠라 생각할 때, 즐기는 도구로서의 스포츠가 아니라, '남들 눈에 비치는 나'라는 '자기실현'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한 게임으로서의 스포츠를 한다면 맞는 말이다. 자존심까지 곁들여지는 승패의 중요성 그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런 스포츠.

 

혹, 지금, 내가 취미일 뿐이라고 '강변'하는 야생화 찍기도 어쩌면 마치 고속도로 질주하고 막힌 국도에서 답답해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즐기고' 있는 그런 것은 아닐까? '남의 눈을 의식하는 초조한 취미생활', 아니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위한 그런 취미생활' 그런 것? 결국,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기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종목만 바뀌어 이루어지고 있는 '연장선상의 스포츠' 그런 것?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가을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야생화들이 사라지고, 그 추억만 남게 되는 그런 가을이.

관조. 침잠. 입체적 사고방식.

생각 없는 삶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초조와 불안으로 마음의 평정이 허락되지 않는 그런 삶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도 즐긴다면 그것으로 초조와 불안이 사라지며 '흔들림이 없는' 삶 그것이 허락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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