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Mario Vargas Llosa의 '천국은 다른 곳에'

뚝틀이 2010. 11. 8. 14:48

해마다 반복되는 게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은 어떨까. '천국은 다른 곳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역겨운 단어들에 그냥 덮는다. 그리스 신화로 대변되는 서양인들 사고체계란 것이 뭐 어디 가겠나. 하지만, 읽던 책 끝내고 나니, 알라딘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책도 없고, 손이 심심하다. 도대체 이 작가 어떤 사람이지? 인터넷 들여다보니, 이 책은 그의 후반기 작품으로 폴은 고갱이고 플로라는 트리스탄이란다. 어라, 그래? 별 볼일 없자고 덮어두었던 책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책은 플로라 트리스탄과 폴 고갱이라는 두 가지 전기소설을 한 章씩 건너뛰며 묶은 형식이다. 사생아로 태어났고 배운 것 거의 없었던 플로라가 불행한 결혼으로부터 탈출해 페루로 도망갔다 '여자와 노동자가 연대하여 세우는 노조중심 사회'를 꿈꾸며 돌아와 불가항력에 대항하며 투쟁을 벌여나가는 그 혁명가의 모습과, '잘 나가던' 증권전문인 폴이 서른이 넘은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서고 곧 이어 문명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자연을 찾아 타이티에 정착하지만 결국 방탕 속 몰락의 길로 깊이깊이 빠져드는 화가의 모습, 이 두 독립된 이야기에서 그들이 외할머니와 손자 사이라는 상징적 연결고리라도 찾아보는 것은 오직 독자의 몫이다.

 

어디까지가 실제 인물 주인공의 주장이고 어디부터가 작가의 생각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다. 시대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소설이다. <마나오 투파파우>와 <네버모어> 같은 명작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또 그 그림 속의 모습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과 노동자들을 어떻게 인간이하의 비참한 삶의 상태로 부터 구해내야 하는지, 하지만 정작 그 수혜자가 될 당자들이 얼마나 무식하고 완고한지, 허영에 들뜬 위선적 귀족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역겨운지, 과거의 회상과 현실이 뒤섞어가며 흐르다, 때로는 작가 자신이 뛰어들기도 한다. '폴, 넌 사실... 그랬어. 너 자신은 부인하고 싶었지만, 안 그래?' 또 '플로라, 넌 ... 그거 사실 위선 아니었어?' 

 

남편이 쏜 총알이 플로라의 심장 가까이에 박혀 빼어낼 수도 없었다는 이야기도,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호와의 우정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도 나중에 나온다. '이룬 것 없이' 삶을 마치는 플로라의 마지막 모습, '비참한 한 생애'를 마치는 폴의 임종장면. 소설 속에 어디 善이 있고 또 어디 惡이 있던가. 오로지 '인간'들이 있을 뿐. 여기에선 마치 환상교향곡이 흐르는 듯하다.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 무슨 장편 대하소설이라도 읽은 느낌이다. 아이들 놀이는 계속 된다. '천국이 여깁니까?' '아뇨, 천국은 다른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