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

뚝틀이 2010. 11. 12. 20:01

몇 해째 이 산 저 산 찾아다니며 찰칵찰칵 눌러대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항상 쓸쓸한 아쉬움이 자리했었다. 내 어렸을 적 어느 마을어른이라도 따라다니며 이 풀은 말이야 이 나무는 말이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내 자란 곳도 분명 '시골 분위기'였지만, 당시의 시대상황 그 어려움 속에 그 어느 누가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런 생각 또 바람 때문이랄까, 풀이니 꽃이니 하는 이야기만 나오면 그 책 주문 버튼에 자동적으로 손이 가곤 한다.

 

이 책을 손에 잡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몇 가지 점에서 마음에 든다. 우선, 이 책은 무슨 신기한 꽃이나 신기한 지식을 들이대며 이건 몰랐지 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잡풀'과 '잡나무'에 관해, 누구나 알고 있음직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의 모음이다. 바로 내가 바라던 '전체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그런 책. 설상화니 두상화니 그런 거북스런 일본식 용어도 모두 아주 부드러운 우리말로 바꿔서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있다.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하도록 그려 넣은 그림들. 꽃 정보라는 관점에서야 물론 사진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그거야 인터넷 톡톡 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일이고, 여기서는 때로는 신문을 꽃 모양으로 오려 붙이고 거기에 물감을 칠한 그림을 또 때로는 '어린이 솜씨' 같은 그림을 저자가 손수 그려 넣어, 어떤 때는 동화책의 분위기까지 물씬 풍긴다.

 

마음에 좀 걸리는 것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몇 년 동안 '어디엔가' 연재했던 내용을 묶어서 펴낸 것이라고 하는데, 그 '어디엔가'가 <노동자의 힘>이란 기관지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잡초'니 '외래종'이란 단어를 '노동자'니 '이주 노동자'니 하는 개념과 동일시하면서 '직설에 가까울 정도의 비유'로 '딱딱한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 너무 자주 반복되어 책 읽는 흐름을 덜컹덜컹하게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