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Norman Lebrecht의 'Why Mahler?'

뚝틀이 2010. 12. 5. 09:50

'왜 말러인가?'가  이 번역판의 제목이다. '왜 말러냐고?' 이쪽이 더 어울렸을 텐데. 말러와 10여 년간 '밀착'되어 지내며 그의 '그날그날 말 마디마디'를 적어놓았다는 안나 폰 밀데부르크, 말러와 다른 '젊은이들' 사이를 오가며 일기를 썼고 나중에 말러의 전기를 펴냈던 부인 알마, 또 '평생' 말러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자료들을 수집했다는 작가자신, 이들이 공동 저자라고나 할까. 

 

책 시작부터 거창하다. 내 비록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래서 이 책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5번 교향곡이 반세기 후에 펼쳐진 나치의 학살극을 미리 예견해 작곡한 것이고, 3번 교향곡이 21세기에 펼쳐질 환경운동의 서곡이며, 그의 10개의 교향곡이 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하는 등, 말러를 초인간적인 우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에 어찌 공감이 갈 수 있겠나. 말러의 부모 시대부터 또 말러의 어린 시절 얼마나 철저히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했는지, 또 예술가이기 이전에 유대인이라는 천형보다 더 가혹한 출신의 꼬리표가 그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등등을 작가 자신의 경험과 섞어가며, 유대인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항변으로 가득하고, 말러에 불리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인 알마의 일기장을 대조해가며 진실을 왜곡한 쪽은 오히려 반유대인이고 19살이나 연하였던 그 부인 쪽에 있다고 바로 잡거나, 말러의 심리 바탕에 깔린 그 무슨 무의식적인 원인을 이야기하며 그래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해가며, 시종일관 그를 변호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싶다 느껴질 정도로, 철저히 유대인 시각으로 유대인 작곡가 말러를 우상화하기 위해 쓴 이 유대인 작가의 책을 읽는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책 읽는 태도도 어떤 면에선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이렇게 '역겨운 책'을 그래도 끝까지 읽었던 것은 작가의 과장법을 무시해버리고, 말러의 작품세계와 지휘자요 작곡가로서의 그 일생 그 자체, 19세기 20세기가 걸쳐지는 시대 그 당시의 음악사조와 작곡가 음악감독 무대연출가 그들의 세계, 쇤베르크 슈트라우스 바그너 토스카니니 프로이트 토마스 만 등과 얽힌 말러의 이야기들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였다. 그래서 책 읽는 내내, 교향곡 1번 2번 5번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 곡들을 들으며 또 '대지의 노래' '죽은 아이들을 그리는 노래'들에 관해 읽을 때는 그 곡들을 듣는 식으로 그의 작품세계에만 빠져들려 노력을 해보았지만, 책을 덮는 이 순간에도 그 씁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