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o Eduard Leopold von Bismark(1815-1898). 내 역사지식에 뚫린 큰 구멍. 이 땅에선 동학이 창시되고 임오군란 갑오경장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19세기 후반 그 때, 제국주의의 본산 유럽은 어떤 모양이었고 또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1871년이란 늦은 시간에 이르러서야 바이마르라는 나라의 형태를 갖추게 된 독일, 짧은 시간에 약소국 프로이센을 강한 독일로 키운 비스마르크, 때로는 위대한 실용주의적 인물로 때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혈재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런 궁금증이 풀리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손에 잡았다.
저자는 비스마르크의 생을 관점별로 나누어가며, 프로이센의 관리로서 러시아와 프랑스에 파견되어 외교와 현실에 눈을 뜨던 젊은 시절, 약소국 프로이센의 산업을 일으키고 군대를 키우며 무자비하게 반대파를 누르던 냉혈 정치가로서의 모습, 덴마크 또 프랑스와의 전쟁조차 마다 않았던 철혈재상으로서의 모습, 독일민족의 통합된 나라란 목표를 위해 주변국들의 세력판도를 고려하여 실용적 외교정책을 펴나가던 집행자로서의 모습,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 세력과의 타협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던 현실주의 정치가의 모습, 사람들의 지지가 떠나간 독선자로서 결국 황제와의 갈등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는 노년의 모습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문장이 탁탁 끊어지고, 정작 깊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설명이 너무 피상적이고. 비스마르크란 인물을 일방적으로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흐름 그 자체에서는 별로 매력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비스마르크라는그 인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존재이다. 보잘 것 없는 민족을 이끌어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만연하던 당시 유럽 지도에 독일을 하나의 존재로 끼워 넣기 위한 그의 작업 어떤 부분에서는 박정희가 연상되기도 하고, 프로이센 주변의 잠재적 적대세력과 합종연횡 하는 프로이센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모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권력으로 누르면 된다는 자신의 기본철학을 어느 한 순간에 포기하면서 과감한 타협을 이루어 돌파구를 마련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오늘 이 땅에 필요한 지도자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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