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문재철의 '권력'

뚝틀이 2011. 1. 7. 11:45

'배신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문장이 책 표지 아랫부분에 박혀있다. 이제 현 정권에도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레임덕 현상이 찾아올 것임을 알리는  '기자' 문재철의 책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앞세우려면 껄끄러운 이야기도 마다 않아야하는데, 이 책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부분을 쏙 빼버렸다. 거기에 대한 저자의 변이 책머리에 나오지만 그것은 한갓 말장난일 뿐, 사실,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테마에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기자가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초반부터 실망을 안고 책을 읽어나간다. 힘이 기울어가다 결국 사라지고야 마는 그런 권력에 매달릴 정치인이 어디 있겠나하며 정치세계의 매정한 현실을 유연한 필치로 설파해나간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을 거치며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다 책 중반에 이르러서부터는 현 정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소위 정치학이라든가 대통령학 그런 쪽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제점에 대한 충고를 곁들이며, 제법 짜임새를 갖추려 애쓴 흔적까지 엿보인다.

 

책을 읽어나가다 생각해본다. 지금 이 이야기들 어차피 내 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고 또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어떤 종류인지조차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인물성격들을 빼버리고, 예를 들어 핀란드나 포르투갈 정계의 이야기가 여기에 서술되어있다면 이 책 읽는 느낌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 실제 그런 예를 만난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 부분에서 미국의 역대 비서실장들의 회고자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그 '회의록' 내용이 지겹기 짝이 없도록 지겹다. 무미건조한 그 부분을 그냥 건너뛰고 싶은 마음뿐.

 

그저 신동아나 월간조선 수준의 이야기일 뿐, 그 이상의 깊이는 느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