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변화

뚝틀이 2011. 1. 16. 22:09

우당탕탕 우찌근. 쌓였던 물건들이 이리저리 날리고, 창유리 스치는 바람소리 마치 무슨 불길한 일 예고하는 惡神 휘파람 같다. 수북이 쌓였던 눈 아지랑이처럼 어지럽게 피어오르다 눈보라를 만들고, 저 육중한 소나무 흔들흔들 힘겹게 몸 가누는 모습이 안쓰럽고 무섭다. 기둥에 걸린 온도계에 눈 돌리니 빨간 수은주는 이 한낮 햇볕에도 그냥 저 밑에서 꼬리 살짝 올리고 있다. 뚝틀이 뭘 좀 주려 문 잠깐 나섰다 전기충격 받은 듯 깜짝 놀란다. 오늘 밤은 적어도 영하 25도. 깊은 산속 이 생활이 내 원해서가 아니라 유배로 인한 것이었다면?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빤히 알면서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할 때처럼, 잠에서 깨어난 후 내 방금 무슨 꿈에 그렇게 눌렸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때처럼, 무엇인가 답답할 때 그 무엇이 무엇인지 전혀 감도 안 잡힐 때, 그때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변화, 오직 변화뿐. 그저 무엇인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뿐. 이 날씨 지금 아무리 험해도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이고 또 얼마 안 있어 봄도 올 것이라는 그런 예측 가능하고 희망 섞인 변화가 아니라, 차라리 더 악화되어도 좋으니 제발 지금과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원하는 마음. 하지만, 이제 내게 달라질 그 무엇이라도 남아있겠나. 변화? 그 어떤 일도 어차피 내 이미 다 겪었던 것 아니겠는가. 더 어찌해볼 수 없는 최악의 나락도, 더 이상 바랄 것 없다 생각되던 지고의 환희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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