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운동부족인 게 안타까웠던 모양인지, 뚝뚝이 탈출.
날이 어두워지고, 게다가 눈까지 내리는데, 그 길고 무거운 쇠줄까지 그냥 매달고.
처음엔 이장 집 뒤쪽에 서있길래, 건빵으로 불러봤지만 이쪽 몇 번 보더니, 또 저쪽으로....
그쪽으로 향하다, 얼음 비탈길 너무 미끄러워서, 넘어질뻔 하기를 몇 번. 결국은 포기. 들어오겠지, 뭐.
한 참 후 저 숲 안쪽에서 들려오는 뚝뚝이 끙끙거리는 소리. 이 녀석 걸렸구나. 덫에 걸린 게 아니면 좋을 텐데.
플래쉬 비추며 그쪽을 향해 계곡을 건너려 비탈을 내려가다, 쭉쭉 미끄러지고... 아이구야. '듸~게' 아프네. 그래도 어쩌겠나.
낮이라면 지형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여름이라면 잡을 것도 많았을 텐데....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단지 그저 '데구르르...' 굴러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
제발 뚝뚝이 있는 곳 찾아 나 좀 안내해주라 데려간 뚝디 이 녀석은 자기랑 놀아주는 줄로 알고 요리조리 토끼처럼 뛰며 까불까불.
뚝뚝아, 너도 얘처럼 좀 아주 조금만 좀 아이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캄캄한 이 밤중. 눈은 이렇게 시야를 가리고...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소리라도 좀 내렴 이 녀석아.
어쨌든 겨우 찾아. 바위 틈에 쇠줄이 끼워졌는데 벗어나려 당기기까지 했으니 더 조여진 상태.
그래도 이 녀석 반갑기는 반가운 모양이지. 한 참 겁에 질렸다가.
눈 쌓인 바위 디디며 계곡에서 다시 올라오기가 만만치는 않고.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진땀나고 힘들고 숨 가쁘고....
겨우 집에 돌아오니, 마눌님. 그저 잃어버리 '지 새끼' 돌아온 것만 기쁜 모양.
방에 들어와 옷을 벗어보니 사방 피멍에 상처 투성이.
어쨌든 고맙다, 뚝뚝아. 한 번 풀렸다하면 대형사고 치곤 했는데, 오늘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이.
또 오랜만에 네 덕에 야간산행 한 번 했으니, 그것도 고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