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아리엘 수아미의 '스피노자의 동물우화'

뚝틀이 2011. 1. 13. 09:32

철학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게 이해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이전의 '전통적' 철학관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관념으로 가득한 스피노자의 철학이. 동물우화라 해서 이솝우화 그런 식의 이야기 모음은 아니고, 알리아 다발이라는 삽화가가 그려넣은 '이미지'를 보여주며 아리엘 수아미라는 저자가 스피노자의 생각을 풀어 설명해놓은 책이다. 철학의 세계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새롭고 흥미로운 작전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스피노자의 각종 저술과 편지의 내용을 인용해가며 총 30개의 논점을 다루면서, 기존 신학 윤리학 정치학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각종 테마들에 대해 기하학의 논증체계(내 일생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 중학교 입학과 함께 접하게 되었던 기하 책. 그 빈틈없고 체계적인 논리세계. 스피노자의 철학과 윤리학은 바로 이런 기하학적 논리체계를 따라가며 전개된다)를 들이대고 그 허점을 지적해나가며(하지만, 독자의 입장 내 보기엔 이들 주장 군데군데에 역시 견강부회 역설들이 심어져있고) 신과 자연과 의지에 대한 스피노자 식 관념세계를 펼쳐나간다. 하지만, 철학은 역시 철학. 몇 가지 주장을 들었다고 해서 스피노자의 그림이 어찌 그리 쉬 잡힐 수 있겠는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첫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했고, 그제서야 몇몇 그림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으니. 이름 겨우 알고 있던 스피노자의 몇 마디를 전해듣고 그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그런 '계기마련' 책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