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

뚝틀이 2011. 1. 31. 19:45

А.П.Чехов, "Вишневый сад"

                                                                                                        ДЕЙСТВУЮЩИЕ ЛИЦА

Раневская Любовь Андреевна, помещица.

Аня, ее дочь, 17 лет.

Варя, ее приемная дочь, 24 лет.

Гаев Леонид Андреевич, брат Раневской.

Лопахин Ермолай Алексеевич, купец.

Трофимов Петр Сергеевич, студент.

Симеонов-Пищик Борис Борисович, помещик.

Шарлотта Ивановна, гувернантка.

Епиходов Семен Пантелеевич, конторщик.

Дуняша, горничная.

Фирс, лакей, старик 87 лет.

Яша, молодой лакей.

Прохожий.

Начальник станции.

Почтовый чиновник.

Гости, прислуга.

 

남편을 잃고 곧이어 아들마저 익사하는 불운을 겪는 라녜프스카야,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파리로 떠나지만, 몇 년간 함께하던 남자 병간호에 재산 다 날리고,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눈 맞아 달아나자, 자살시도. 결국, 오빠 가예프가 딸 아냐와 함께 지키고 있는 영지로 돌아오지만, 이곳도 여름에 경매에 붙여질 예정.

옛날 이 저택 농노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잘 나가는 자본가, 로빠힌. 그 옛 주인을 곤경에서 구해주려 현실적 제안을 해보지만, 그런 것 아랑곳 않고, 경매일이 코앞에 다가오는데도, 라녜프스카야는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고급 식사를 즐기고, 유태인 악단을 불러 무도회를 열고 즐기고....

경매 날. 할머니가 보내준 푼돈으로 경매에 참가하러 갔던 가예프, 입 열 기운도 없는 그에게 경매결과를 다그쳐 묻는 라녜프스카야. 로빠힌의 대답.

이제 벚꽃동산까지 날려버린 그녀의 비통한 울부짖음.

라녜프스카야는 다시 파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내에게로, 가예프는 은행에 취직, 양녀 바랴는 이웃 지주의 가정부로,

오직 딸 아냐만 아무런 미련 없이 여학교에 들어가겠다는 희망을 안고....

벚나무 찍어내는 도끼소리 들으며,다들 떠나가버린 텅 빈 방 소파에 힘없이 드러눕는 늙고 병든 하인 피르스.

 

의사이자 작가 체호프가, 병에 찌든 자신의 삶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느끼며,  죽기 전 해 1903년에 쓴 작품.

과거의 생활습관에 묻혀 사는 라녜프스카야와, 새로운 세상에서의 과거 농노 아들 로빠힌.

단순히, 몰락해가는 러시아 귀족 계급의 상징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오늘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변화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철저한 계산으로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

 

어렸을 적 자기를 귀여워해준 부인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곤경에서 구해주려 애쓰는 젊은이.

[라녜프스카야] 우린 어떡하면 좋지? 좀 가르쳐 줘.

[로빠힌] 매일 말씀드리고 있잖아요. 매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요.

             벚꽃동산도 땅도 별장지대로 임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그것도 지금 당장, 될 수록 빨리 서둘러야 해요.

             경매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예상수익 계산까지 곁들인 구체적 제안에도,

[라녜프스카야] 별장이니 손님이니 하는 말, 어쩐지 좀 저속한 생각이 들어서...

이런 식이다.

 

죽은 아들의 가정교사였던 만년 대학생 트로피모프까지도 옆에서 거든다.

결단적으로 낡은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로 뛰어 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도 그냥 공상가. 단지 딸 아냐에게 마음이 있을 뿐.

 

결정적으로 나서야 할 오빠조차,

백과사전에도 실려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 할아버지 아버지 대대로 이어져 온 벚꽃 동산, 그 존망의 위기에도,

옛날엔 어쨌느니 데카당이 어떠니,,,,.

[가예프] 사실 어떤 병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많은 치료법들이 있다면, 그건 그 병을 고칠 수 없다는 뜻이야.

그 동생에 그 오빠.

 

이 벚꽃 동산 없는 나의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어.”라 하면서도,

지나가던 거지에게 금화까지 던져주면서도, 어찌 되겠지 하던 옛 주인마님에게 고하는 경매장 모습.

인근 지주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로빠힌] 제가 샀습니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서 저를 보셨으면!

             매만 맞고 배우지도 못한 돌대가리, 겨울에도 맨발로 뛰어다니다 발에 동상 달고 다녔던 로빠힌의 지금 모습을.

             이 아름다운 영지를 내가 샀어요! 농노였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부엌에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영지를 내가 샀어요!

 

물론 희곡은 단순한 줄거리의 풀어쓰기가 아니다. 여러 성격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내가 돈 좀 빌려주랴? 로빠힌의 조롱조 공격에 돈 그깟 것 우리 삶에 무슨 의미 있냐고 대항하는 만년 대학생 뜨로피모프의 신경전,

22가지의 불행이라는 별명의 사무원 에삐호도프와 그를 사랑하는 하녀 두나샤 사이의 천방지축 사랑 이야기,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노처녀 마술사 샤를로따, 어두운 늙은 하인 피르스,

그들이 자아내는 웃음과 그 웃음 속에 살아나는 진실 선언.

 

내 읽은 몇 편의 체호프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희비극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