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내 아이패드의 창 하나를 점령하고 있는 사이트, 바로 Kitco.com, 거기의 Gold chart. 이렇게 어지럽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 또 어디 있을까. 몇 시간 사이에 몇 십 불 출렁거리는 것은 이제 보통이고, 심지어는 하루 중 최고가 대비 최저가 차이가 백 불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그 춤추는 모습을 그냥 보고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야 재미일 뿐이지만, 이 롤러코스터 게임에 참가한 당사자들에게는 '짜릿한 맛'은커녕 그냥 피 말리는 하루 24시간일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규모 거래를 하는 것일까. 개인들이 팔고 사는 것으로 이렇게 흔들릴 리가 없다. 최근 자주 목격되는 현상 중 하나가 홍콩 장이 열린 동안 정신없이 오르고 뉴욕 장이 열리면서 다시 폭락하는 것.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고 보는 사람 아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뉴욕 장 후반에 들어서서는 또 다시 성큼성큼 원위치로 오르기도 한다는 것. 그냥 상상 한 번 해본다. 중국의 큰 손들(그곳의 큰 손이라면 당연히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기관이다.)이 매집작전 중이고, 미국 쪽 기관들은 옳다 이 때다 하고 물량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큰 기관들은 단타로 이익을 내려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상은 단타 게임 양상이다. 어째서 이런 난투극이 벌어지는 것일까. 중국의 입장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자신의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남들은 거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번 돈인가. 가난의 극에 서있는 그들이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 인간대접 받지 못하며 뼈 빠지게 일해 모은 돈 아니던가.(중국인들의 역사의식 속에선 아직도 그들이 세계의 중심이다. 과거 '한 때' 잠자다 억울하게 당한 적이 있지만, 그건 '잠깐'일 뿐이고 '예외적'인 역사의 단계였을 뿐이다.) 그런데, 미국은? 리먼 어쩌고 하며 달러 마구 찍어내더니, 그것이 좀 멋 적어졌는지, 대통령과 의회가 전 세계를 향해 속 뻔히 들여다보이는 쇼 한 번 펼치고 또 마구 찍어댄다. 이런 기막힌 불공정 게임이 어디 있는가. 우리 마을 부잣집 아저씨 식권 찍어내는 식이다. 누구는 뼈 빠지게 일해 식권 모으고, 누구는 자기 식구들에게 식권 마구 뿌리고. 그런데, 그 식구들 그 식권 들고 와 우리 포커 판 마구 흔들어대고. 한국도 유럽도 달러 공급이, 그것도 일시적으로, 좀 삐걱거린다 싶으면 높은 CDS 수모를 당해야 하는데, 누구는 그냥 안방 인쇄소에서 윤전기 돌리면 되는 이런 꼴 이제 더 이상 그냥 볼 수 없다며 금고에 달러 대신 금으로 채워 넣을까 하는 마음 생기는 것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중국과 멕시코 남미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국제 금융거래에서 담보물 역할을 하는 그 달러 즉 T-bond를 금이 대신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아무리 금을 사재기해봐야 그것은 헷지 차원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헷지,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한 보험 성격. 하지만, 과연 바로 얼마 전 온스 당 900불 이하일 때에 비해 1,800불을 가볍게 넘어선 지금, 달러의 가치가 벌써 정말 반으로 떨어졌을까. 그게 아니면 헷지라는 것은 그저 좋은 말일 뿐, 금 역시 투기상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금값이 폭등한 이후 인도나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물론 한국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의 수요는 떨어질대로 떨어졌으니, 높은 가격에도 어쩔 수 없는 산업용 수요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투기용이라 생각하면 된다. 큰 손들과 각국 정부가 거기에의 참여자고. 그렇다면, '미련한' 아시아 국가들을 비웃으며, 툭툭 내던지는 미국 투자은행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들 사이의 분위기에서라면 말이다. 이렇게 폭등하는 금값에 타당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팍스 아메리카나가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어쩌면 그 단계도 지났을지 모른다. 그렇게 '빌린 금'을 내 던지다, 어 이게 아닌 모양인데 하며 당황해서 그 빌린 것 다시 채워 넣느라 Nymex장 후반의 모습이 나타나곤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단순 헷지 차원이라면 이 아마추어에게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투기의 영역에 들어섰다면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연말이 되기 전 2,000불을 넘어설 것이고, 내년 말에는 3000불도 돌파하리라는 일부 금융기관들의 예측을 믿고 사자에 나섰다가는 크게 당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가정을 생각해보자. 이제 중국이 일차 매집 끝내고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려 한다면?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어디에선가 큰 금광, 어쩌면 일본인들이 그렇게 들떠 있듯이, 풍신수길이 숨겨놓은 자기들 1년 예산의 몇 백 배나 된다는 그 엄청난 금을 실제로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또, 미국의 경기가 죽을 것 같더니, 산산이 부서지는 유럽에 비해 기 위해 그래도 미국밖에 없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달러가 다시 힘을 얻는다면? 그것도 아니면, 리비아 무너지며 그 도미노 현상으로 중동국가들이 전반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 거기에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개입하는 준 전쟁의 위험성까지 가시화 된다면? 어쨌든 투기는 투기. 당분간은 그것이 원화든 엔화든 그저 은행 통장에 찍힌 것 그것만이 실제적 재산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