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보통사람들에겐 꿈의 위치에 도달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 행복의 경계선 역시 항상 현위치와 일정 간격 이상 떨어져 움직이는 무빙 바운더리인 모양이다. 현직 검사가 자살했고, 박정희의 조카인가 하나 더 아래 애들인가 하는 어른들도 재산다툼 끝에 죽이고 죽었단다. 어디 꼭 죽음뿐이랴. 이회창 왈 안철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홍준표 왈 철수가 나오면 영희도 나오겠네. '안씨 같은 사람'이 서울시장 된다는 그런 생각만 해도 속이 뒤틀리는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으면 이런 식으로 표현의 절제력까지 잃을까. 그런데 막상 이 안씨가 시장 출마 전선에서 철수하니 더 난리다. 이번엔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까지 눌렀단다. 계속되는 질문에 짜증이 난 그네 아가씨조차 '병 걸리셨어요?'하며 자제력 상실. 하긴 '어디 아파요?'보다는 그래도 덜 직선적이네. 하지만, 이제 어쩐다? 이 안씨가 대선에선 안 철수하면? 그리고 만일 이 철수가 정말 대통령이 된다면? 그 때도 영희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아픈가 하고 물을 것인가? 그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지지난 선거 때 노무현 열풍, 선거전에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안철수 대통령 당선이란 신문기사가 난다면 분통 터지는 사람 얼마나 많을까. 평생 그 자리 하나 바라보고 온갖 노력 다했는데 말이다. 그런 것은 아직 먼 훗날에나 생각할 이야기지만 지난 며칠 간 조중동의 행보를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손익계산에 속이 뒤틀린 사람들이 겉으로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행간까지도 볼 것 없이 불편한 심기를 유치하게 드러내는 그 모습들. 뭐 안철수가 자기보유 주식 평가액을 늘이려 시장출마 운운하는 쇼를 벌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에라이! 이게 대한민국의 지성인들이 출퇴근하는 언론사에서 인쇄할 이야기 수준인가? 다시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가서, 행복의 척도? 하긴, 엉뚱한 생각, 모 일간지 회장. 어제 그 사람 생각이 잠깐 났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 번 떴다하면 '엄청난' 분위기가 연출되는 그 자리. 그 사람은 행복할까? 천만에. 반기문 총장 기사 날 때마다 입맛이 싹 가실 것이다. 조용히 있을 때마다 유엔 생각 지우지 못하고 이제는 지나간.... 그 어떤 위로로 스스로를 달랠 수 있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나는? 지난 며칠간은 행복감이란 것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하루가 아니라 며칠 동안 '사람 말'이라는 것 한 마디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3뚝이 친구 삼아 별 보고 꽃 보고 있는 나에게 읽을거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식량이 떨어진 것만큼 심각한 상태다. 알라딘에 주문한 책이 오질 않는다. 지난 금요일에 '오늘 배달'이라는 택배회사의 문자메시지가 왔었는데, 어제 화요일까지 오질 않아, 알라딘에 알아봤더니, 늦어도 내일까지, 즉 오늘 수요일까지 배달해줄 것을 현대택배로부터 약속 받았다고 확인 전화가 왔다. 알량한 책 한 권 때문에 일부러 이런 산골에 배달오지 않겠다고 버티는 현대택배 측과 타협한 결과란다. 하지만, 오늘도 감감 무소식. 이런 경우엔 차라리 우체국택배에 의뢰하는 것이 어떤지. 비용 추가되는 것만큼은 얼마든지 부담할 용의가 있는데. 비용 몇 푼 절약하려 현대택배 믿다가 알라딘 이미지에 더 큰 손실 입는 것은 아닐까. 여기 내 이런 경우 같은 일이 다른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면 말이다. 어쨌든 오늘은 행복 찾아 나서기. 오랜만에 적성 그 구석 헌책방 새한서적을 찾아갔다. 허, 이런 일이. 그 폐교 터에 이제는 한옥교실 간판이 붙어있고, 책방은 흔적도 없다. 단양 시내로 나가 현대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들려(참, 여기도 이름에 현대가 들어가네.) 자동차 서비스가 아니라 새한서적 추적 서비스를 부탁한다. 친절, 또 친절. 적성초교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까지 전화 걸어 알아봐준다. 그 근처로 이사 갔다고. 전화 걸어 적성면 현곡리 56번지를 받아 내비게이션 입력을 시키려했더니, 그 주소로는 안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곡문화회관을 입력시키란다. 그 이야기가 실감이 난 것은 문화회관 도착 후. 화면 상 지도는 여기까지고 그 다음엔 길이 없다. 다시 전화를 걸어 귀 기울여 듣는다. 반사경 나오면 우회전, 고개를 넘어서 양봉장 나오면 또 우회전.... 다이아몬드 모양 표시가 비행기처럼 길도 없는 곳을 날아가는 모니터를 신기한 느낌으로 흘낏흘낏 곁눈질 하며, 좁은길 구비구비 한참 따라가니 양봉장. 반갑게도 털보아저씨가 마중 나와 서있다 이 안쪽으론 차가 힘드니, 여기서부터 걷는 것이 좋겠다고. 물론 비포장 도로. 집 비슷란 모양 근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밭 사이 길을 한참 걸어가니 드디어 서점 아니 책 창고 지붕이 보인다. 그 방대한 서가. 몇 평정도 되는가 물으니 200평. 조심조심 서가 사이를 움직여 다니며 책의 숲에 빠져본다. 청계천 헌 책방 들러보곤 하던 옛 추억이 살아난다. 이 행복감. 아니 추억으로 말하자면, 샌프란시스코 출장때마다 힐튼 호텔에서 나와 옆골목으로 조금만 빠지면 바로 갈 수 있었던 하이드였던가의 그 헌책방. 세상에 진귀한 책들. 유니온스퀘어의 반즈앤노블즈의 그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극과 극 대조 분위기, 거기서 별 관찰에 관한 책이나 타롯점 책을 들고 나올 때의 그 묘한 흐뭇함. 오늘 여기 이 새한서적은 아예 자연 속에 있다. 옆 골짜기에서 스며들은 모기들까지 환영의 애교를 부린다. 책 몇 권 들고 나오는데, 이금석 대표가 커피나 한 잔 하잔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인터넷 시대. 학생들 참고서보다는 전문서적 거래가 훨씬 많단다. 나라의 힘이란 것이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들 머리가 그 힘이라면,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책 아니던가. 아직 우리나라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차 있는 곳까지 다시 걸어 나오는데 그제야 길 양쪽 가득한 물봉선 그 빨간 색이 실감난다, 작은 연못에 핀 이상하게 생긴 흉칙한 색깔의 버섯에 눈길이 간다. 뱀. 금년엔 뱀들이 참 많이 늘었다. 어디를 가도 뱀이다. 이상 기후 탓에 모기가 많이 줄었다더니, 바로 그 기후 덕분에 뱀들이 이렇게 늘었다. 이제 늦은 시간. 집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사이로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저 달. 나와 눈 마주치려 기웃거리는 것일까? 어쨌든 다시 행복의 시간이다. 대통령이나 시장할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는 나에겐 그저 꽃과 별 또 책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