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각 선생님께서 타계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평범하고 소박하게 또 가장 '인간적'으로 한 평생 사시다 가신 선생님. 하지만, 오늘은 갈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몸 상태는 더욱 아니고. 내일.
가끔, 이제는 큰 그림 보며 웬만한 자잘한 것으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회한과 자책이 몰려오곤한다. 돌이켜보기.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 하지만, 잊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우연한 행운, 행운의 연속. 그런 것도 있었다는 것을. 다시 큰 그림 쪽으로 마음 돌리기, 다독거리기. 다른 사람 보듯 나 자신 돌아보기.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오랜만에 보는 별들의 그림. 집앞 가로등이 꺼진 덕분이다. 오늘부터 가로등을 끄겠다는 통보가 왔다. 우리집뿐 아니라 거의 모든 마을 외등을. 농작풀 성장에 악영향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여름 내내 비가 와 올 농사가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법. 작년까지도 몰랐단다.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다는 이야기. 어쨌든 생각이란 좋은 것. 내 사실, 냉장고 벽면에 붙여놓은 별자리 그림 보면서 저 가로등만 없었다면 하는 생각 벌써 몇 차례 했었던가. 유별난 주문하면서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기 싫어 망설였던 것. 어쨌든 하늘의 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 벌써 가을의 기운이 완연하다. 해 진 다음엔 내복을 입어야할 정도로 쌀쌀하다. 이제 금강초롱 차례고, 곧 이어 구절초, 그러면 가을이고 겨울이다.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런지. 눈이라도 많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