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우는 소리. 처음에는 새소리인가 했다. 여긴 때론 밤에 '시끄럽게' 우는 새들도 많으니.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밖에 나와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에 시선을 향한 채, 귀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니 역시 귀뚜라미들의 합창. 반딧불이. 가로등을 꺼서 그런지, 아니면 가로등이 꺼져서 더 잘 보여서 그런지, 참 어지럽게도 날아다닌다. 저 빛. 오색계곡 생각이 난다. 대청봉에서 7시에 출발해 비 죽죽 맞으며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오색 쪽으로 내려올 때. 칠흑같은 밤, 길조차 찾기 힘들었던 그 밤의 홀로 길, 그때 그 골짜기의 반딧불이들. 사람 얼 완전히 빼어놓으려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그 수많은 반딧불이들. 오늘 여기 이 녀석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심할’ 정도로 또렷하게 빛 밝히며 날아다닌다. 춥다. 이젠 해 지면 두툼한 옷을 껴입어야할 정도로 쌀쌀해졌다. 완연한 가을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