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햇볕

뚝틀이 2011. 10. 4. 10:50

영화 Fiddler on the roof에 나오는 주인공 테비예의 If I were a rich man, ‘이렇게 힘든 일 벗어날 수 있게 하나님 제게 재산 조금만 허용해주시면 어디 덧나요?’로 시작하지만 호화스런 집에 살며 권위자들과 거들먹거리는 꿈으로 이어지는 가사. 한 때는 내 정말 가난했다. 되돌아보기 끔찍할 정도의 가난. 어린시절 젊은 시절의 내 삶이었다. 하지만, 이제, 운 덕분이건 노력의 대가이건 그런 것 따질 것 없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의 fortune이 내 손에 있다. 앞으로 곧 그런 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에. 하지만, 테비예의 노래에서처럼 그런 쪽 마음 전혀 없다. 그렇다면 여행? 그 누구보다도 많은 여행을 했다. 지구 구석구석까지. 통속적 겉핥기 여행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깊이를 살려가며. 이 '씨앗'을 본격적으로 키울 사업? 그 환상과 환멸에 대해서도 알만큼은 알 정도로 깊숙이 발을 디뎠었다. 사업가에게 있어서 현재는 언제나 씨앗의 차원에 머무를 뿐이라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그렇다면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또 무엇이 있을까. 자선? 불우이웃 돕기? 세상에 이것보다 쉬운 일 없다. 정도와 깊이에 있어서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다 해 해봤고, 돌아오는 실망도 맛봤다. 무슨 기대에 어긋나는 그런 실망이 아니라, 과연 이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 그 회의로 인한 실망.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일도 내 ‘어렵고 힘들었을 때 최선을 다해 기회를 살려가며’ 경험했다는 것. 또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책 읽고 음악과 바둑을 즐기고 산에 오르고 사람 만나고 하는 돈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내 삶의 더 소중한 보물로 느껴진다는 것.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퍼센트 인생....  날이 참 맑다. 편한 의자 밖에 내놓고 햇볕을 즐긴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럴 마음 없다. 따스한 햇볕이 그냥 좋다. 

 

追) Wolf Schneiderer의 die Sieger, 역사상 위대한 인물로 존경받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그린 삐딱하고 삐딱한 책을 읽다가, 지겨운 책 지겨운 라면 인생에 변화를 주려 가까운 곳 만두집을 찾았다. 우연히 눈에 띈 가격표. 한우 갈비살 150g에 3만원. 한 근에 12만원이란 이야기 아닌가. 삼겹살을 보니 200g에 만원. 이건 한 근에 3만원이란 이야기이고. 정육점 가격을 아는데, 어찌 저런 것을 시킬 수 있나. 뭐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fortune을 손에 쥐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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