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Wolf Schneider의 ‘만들어진 승리자들’

뚝틀이 2011. 10. 12. 20:28

한 동안 책들을 읽은 후 그냥 책꽂이로 직행.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선 몇 자라도 기록에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제는 ‘Die Sieger(승리자들)’이나, 번역본 내는 우리 출판사들의 습관상 역시 여기에도 ‘만들어진’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 수식어가 만드는 선입관 때문에 사실, 처음 부분 콜럼부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그냥 덮어두었었다. ‘비타민’은 없고 그냥 ‘작위적 비판’만, 그것도 진부한 관점에서, 횡설수설 늘어놓는 것 같아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책 중간쯤을 뒤적거려본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형편없는 책은 아니잖아’ 느낌이 점점 ‘어, 제법 괜찮은데’로 바뀌어가다, ‘좋았어. 읽기 잘 했지’로 되어간다.

언론계에 종사하던 저자의 특성이랄까 풍부한 자료가 강점이다. 정치가나 장군 그 쪽만이 아니라 미술 문학 철학 등 이 분야 저 분야 종횡무진,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로 가득하고, 거기에 현대 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또 노벨상 수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건드릴 수 있는 것은 다 다룬 느낌이다. 어떤 면에선 인간 본연의 심리적 측면 그 함정을 다루는 것이기도 하고, 세상일을 보는 여러 관점에 대한 일깨움을 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가 조중동 읽을 때 그 내용의 취사선택 관점의 수용여부를 나름대로의 판단력을 기초로 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 없는 것과도 같은 것 아닌가. 어느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볼지는 독자의 몫 아니던가.

독일 저자의 한계 상 독일인의 관점이 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은 일차적으로 독일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진 것 아니던가. 책 끝에 찾아보기까지 마련되어 있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해당내용에 다시 쉬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좋았다. 작지 않은 분량이지만, 읽기를 잘 했다.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rtin Bojowald의 '빅뱅이전'  (0) 2011.10.26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0) 2011.10.24
우선...  (0) 2011.06.02
까뮈의 '이방인'  (0) 2011.05.13
책 읽기 포기  (0) 201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