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Greg Mortenson의 'Three Cups of Tea'

뚝틀이 2011. 11. 25. 17:19

The first time you share tea with a Balti, you are a stranger,

The second time you take tea,i you are an honored guest,

The third time you share a cup of tea, you become family,

we are prepared to do anything, even die.

 

911이니 탈레반이니 그 시대에 빠졌다 헤어나오는 기분이다. 이야기는 K2 등반으로 시작된다. ‘검은 고독 흰 고독’, ‘40일간의 낮과 밤’에서처럼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절망을 안고 내려오다 길까지 잃어 엉뚱한 마을에 들어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로.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수기다. 단지, 당사자 Mortenson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David Relin이라는 문필가의 다듬어진 표현으로 엮인 책. 메마른 다큐멘터리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이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아름다운 경관 묘사와 주인공의 피맺히는 투쟁이 어울려지며 그 자세한 상황묘사가 하나의 읽을거리로 살아나기 때문이리라.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파키스탄의 작은 마을. 며칠 동안의 환대 속에 등반 후유증에서 회복되던 중, 한 번 그곳 학교 보기를 부탁한 주인공은 거기에서 선생님도 없이 그냥 맨 바닥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제가 학교를 지어드리겠습니다. 약속이야 쉬웠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수백 통의 편지를 '모든 곳'에 써가며 답장을 기다리지만 어느 곳으로부터도 답장은 없고. 병원에서 야간근무, 침대도 없어 잠은 자기 차 뒷좌석에서 해결해가며 애써보지만, 그렇게 해서 모을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어느 날 뜻하지 않게 한 독지가의 연락. 학교 하나를 지을 수 있는 후원금으로 다시 파키스탄 산골 그 마을로.

 

그 후에 겪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어려움들. 건축자재는 엉뚱한 사람들에 가로채이고, 원래 그 마을에선 학교를 짓는 것보다 다리를 올리는 것이 더 우선이라 하고. 어려움을 뚫고 노력하는 이 젊은이에 반한 그 독지가는 아예 본격적으로 일해보라며 재단을 세워주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권이 우선하는 기득권자들이 여아들의 교육에 반대하며 올리는 투서, 종교재판, 이유도 모르고 며칠씩 갇혀있어야 했던 납치사건. 하지만 굴하지 않는 주인공의 추진력. 학교뿐이 아니라 영아사망률을 줄이는 위생 개량사업, 여자들에게도 생활의 기회를 주기위한 부녀회관 건립, 결국은 사선을 넘나들며 아프가니스탄 오지에까지 들어가 학교를 세워주는.....

 

내용은 감동 스토리이지만, 읽는 내내 어두운 마음이다. 좋은 뜻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무엇인지. 한정된 예산에 모든 일을 직접해야하느라 가정은 엉망이 되고, 모금을 받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일들도 생기고(남편의 유산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비행기 표 끊어 달려가 보니 어느 외로운 할머니의 장난 전화였고). 사실 이 사람이 나선 일들은 결국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 아니던가. 부패한 정부 관리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그런 이유를 아무리 들이대도, 몇 달 씩이나 봉급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선생들에게 정부 대신 달러를 손에 쥐어주는 그 마음이 갸륵해 보일지라도.... 더구나 무자하딘을 키우려 엄청난 규모로 퍼부어대는 아랍 석유머니에 비해 이 보잘 것 없는 펀드의 그 초라한 모습이란.....

 

결국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인간승리 그 자체. 미국에 대한 맹목적 증오심 그것을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 어린이들에게, 특히 마을의 기둥이 되는 여아들에게, ‘균형 잡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 그 믿음 하나로 비록 큰 물통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는 미약한 일일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용기’요 ‘영웅적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엉뚱한 생각을 한 번 해본다. 만약,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되어 파키스탄에서 상영된다면? 비록 실명은 아니지만, 거기 장면에 나오는 사람들의 악역이 '모두'에게 알려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