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역사인식. 그동안 역사책 이곳저곳에 나오는 단편적 이야기 또 ‘꾸란의 지혜’로 이슬람 이야기를 접했을 뿐이었는데, 이번 이 두껍고 또 그만큼 자세한 책 덕에 ‘체계적인 전체 그림’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어 흐뭇한 느낌이다. 번역이 어려웠던지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꾸겨 넣은 문장들 어색한 표현 또 오자들 때문에 중간 중간 읽기가 심하게 덜컹거렸다는 것이 불만이지만.
책은,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역사를 간단히 짚은 다음, 마호메트로부터 시작된 이슬람교 흐름으로서의 중간세계(중동이란 협소한 의미 대신 유럽과 중국 사이의 세계라는 뜻으로 저자가 택한 용어) 이야기로 들어간다. 초기 칼리프조가 어떻게 시작되고 이어졌는지, 왜 시아파가 수니파로부터 갈라져 나오게 되었는지, 술탄제국은 또 무엇이고, 십자군 전쟁(사실 이 다음에 읽을 책이라 이 책을 먼저 읽었던 것이기도 하고) 몽골족의 침입이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근대 유럽의 개입이 어떤 모양으로 시작되고, 또 오늘 우리가 보는 아랍 국가들의 국경이 어떻게 형성되게 되었는지.....
단순한 역사의 서술이었다면 그냥 의무적으로 읽었겠지만(사실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그래도 읽을 각오였다), 이 책의 흐름은 자상한 속삭임 같아 그냥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서구 산업혁명 훨씬 이전에 발명된 증기기관도 빛을 못 본 채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문화 사회적 배경. 복종과 가난한 이웃과의 나눔이라는 이슬람의 기본, 또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이 근대 서구 제국주의 앞에서 왜 어떻게 어처구니없게 무너져갔는지. 터키 인도 이란 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었는지. 어렸을 적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라난 미국인의 시각이라 그럴 까. 균형 잡힌 시각 덕에 그다지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역사나 유럽역사나 또 여기의 이슬람 제국의 역사나 어디에서든 하나의 공통점. 이념도 선명하고 노력도 가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 초기의 이야기이고. 시간이 지나며 생길 수밖에 없는 기득권층, 더 큰 힘을 향한 그들 사이의 싸움, 버림받은 백성,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백성, 그 괴리가 커질수록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공동의 목표’, 외부로부터의 충격이건 내부의 분열이건 어떤 계기로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게 되는 그 사회. 미련한 ‘부의 노예’들의 끝없는 탐욕이 불러오는 ‘모두’의 멸망이란 그 공식을 보며 오늘 우리사회의 모습을 생각게 된다면 그것은 내 과민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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