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ink of a number'
어느 날 받은 편지. “1부터 1000 사이의 숫자 하나를 말해봐.” “내가 너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볼까? 속 봉투를 열어봐.” “네가 생각한 숫자는 658.” $289,87 송금 요구. 그 후에 이어지는 과거 암시성 협박 전화.
25년 전 대학생 시절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가 이제는 은퇴한 뉴욕경찰 거니에게 도움을 청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경찰에의 신고를 권해보지만 완강한 거부. 걸려온 협박 전화를 같이 듣는 거니. 이번에도 숫자 게임. 19. 역시 마찬가지. 그로부터 얼마 후. 개입을 만류하던 부인의 다급한 외침. “당신 그 친구가 살해됐대요. 방금 뉴스에서....” 잔인한 살해현장. 갑자기 하늘로 사라진 듯 끊어진 눈 쌓인 정원의 범인 발자국.
담당 검사의 권유에 어쩔 수 없게 수사에 개입하게 되는 거니. 오리무중. 며칠 후 이웃 도시에서 발생한 잔인한 살인현장. 거기에서 발견되는 그 전 사건의 도시이름을 연상케 하는 꽃. 송금 요구 주소도 같은 곳.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의 또 다른 살인사건. 이번에 남겨진 힌트는 그 전 사건도시 이름의 생선. 이 연쇄살인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주제, ‘이 바보 경찰들아. 날 좀 잡아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꼭 무슨 미스터리 스토리의 전개 그런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는 언제든지 할 말이 많은 법. 평온과 은퇴의 의미를 일깨워주려 애쓰는 부인.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세상 남편들’. ‘관심’이라는 것을 보여줄 줄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지금 자신의 모습도 그렇지 않은가하는 자책감. 친구의 정신치료 요양소에서 부각되는 ‘사고방식’의 문제점들. 검사와 경찰 또 이 은퇴형사 사이의 갈등. 독자도 사실 그 대화와 푸념 속에 드러나는 감정 거기에 빠지는 것이고.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그렇듯이 읽는 동안, ‘풀이’에 동참하려 애써본다. 초기에는 혹 658,28987,19 이 숫자에 무슨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연쇄살인사건으로 모양이 바뀌어가며 초점이 흐려지며 어지러워지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허탈할 정도로 이야기가 느슨해진다. 독자들에게 미끼를 던진 숫자 게임에 좀 더 깊이를 줬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들고, 차라리 이 은퇴경찰의 집 거기가 ‘현장’이 되는 장면도 넣었더라면 얼마나 박진감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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