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Jed Rubenfeld의 'Death Instinct'

뚝틀이 2011. 11. 30. 19:23

1920년 9월 16일, 맨해튼 J. P. Morgan 건물 앞,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는 엄청난 폭발사고. 젊은 의사 Younger, 미모의 여인 Colette, 수사관 Littlemore. 우연히 현장 근처를 지나다 현장 수습과 단서 찾기에 정신없던 두 사람. 뒤늦게 알게 되는 동행 여인의 피랍. 우여곡절 끝에 구출에 성공하지만 그 후에도 끊이지 않는 그 여인에 대한 살해시도. 숨 가쁘게 진행되는, 어려운 단어들이 쏟아지는 도입부.

 

유럽에 파견된 군의관 Younger, 전투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솔본느 대학 퀴리 박사 밑에서 일하던 미모의 여인 Colette와 그 동생. 전쟁이 끝난 후 ‘사람 찾기 본부’에서 다시 조우케 되는 두 사람. ‘옛 사람’ 독일병정 Gruber를 잊지 못하는 Colette에게 안타까운 연민의 정을 느끼며 프로이트에게 그녀의 언어능력 상실 동생의 치료를 의뢰하는 Younger, 이것이 이야기의 한 트랙이다. 레닌의 테러냐 금융재벌 간의 원한이냐 아니면 멕시코의 협박성 경고냐 도무지 단서조차 잡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고압적 FBI, 이제 곧 물러나게 될 재무장관, 다음정권의 국무장관이 확실시 되는 상원의원 간의 갈등 그 한 복판에 휘말려 들어가게 되면서도, 어떻게든 그 실타래를 풀어 보려하는 Littlemore, 이것이 또 다른 한 트랙이고.

 

이야기 진행 속에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상상해보는 것이 범죄소설이요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행과정 중에 짚어보는 ‘독자의 결론’은 그 어느 하나도 ‘절대로 그렇게는 안 되지’ 하듯 독자의 심리적 허점을 짚으며 틀어나가는 것이 이 작가의 재주고. 그렇다고 ‘턱’ 무슨 무리한 급선회를 하곤 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를 ‘갖고 노는’ 작가의 그 능력에 감탄하며, 그저 끄덕끄덕 멋쩍은 ‘웃음’만 나올 뿐이다. 꼭 줄거리에 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독자들의 예측을 무색케 하는 짧은 문장 그 위트들, 역시 심리학적 ‘장난’으로 가득하다.

 

퀴리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녀의 스캔들을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서이고, 말 못하는 동생을 끌어들이는 것은 프로이트의 Death Instinct 이론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미제로 남아있는 1920년 이 사건은 어차피 소설의 걸개일 뿐이고, 실제로는 작가의 ‘알아본 것’과 ‘상상의 재주’ 그것을 펼쳐 보여주기 그것을 위함 아니던가. 정신학회, 구더기 치료법, 의료기기 사용법, 미국에 있어서의 석유자원 확보 중요성.....

 

문뜩문뜩 이 작가가 혹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하는 느낌도 들곤 한다. 할리우드 그 스타일. 허접한 방사능 검출기로 납치범의 뒤를 추적하는 장면, 오토바이에 올라 비엔나에서 프라하까지 이어지는 Gruber와의 ‘밀회’ 현장 추적, 더구나 달려오는 자동차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차 유리를 깨고 세 명을 쓰러뜨리는 영웅적 장면 등. ‘말도 되지 않는’ 이런 장면들은 단지 화면효과를 노리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추)지난번 읽은 The Interpretation of Murder에서도 프로이트 이야기가 나와, 구글에 들어가 보니, 지금은 예일대 법대교수인 저자의 프린스턴 졸업논문이 바로 프로이트에 관한 것. 그 후에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