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오디션

뚝틀이 2011. 12. 17. 12:48

햇살이 따듯하다 느껴지는 지금, 시계 바늘이 10시를 넘어섰는데도, 밖에 걸린 수은주는 아직 영하 10도 아래에 걸려있다. 밖에 나가는 것 포기하고 네츠코를 뒤적이다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클릭한다. 어허, 멘토? 이 무슨 유행바람인가. 여기서도 멘토, 저기서도 멘토. 탈락의 공포 속 저 눈물들. 탈락자의 저 담담함. 그의 말대로, 정말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자신을 대견스럽다 생각할까, 아니면 속으로는 한없는 나락 그 절망일 뿐일까.

 

오디션. 오늘 본 프로그램은 같은 멘토 아래의 멘티 사이 서바이벌 게임 그 오디션이다. 바로 옆 경쟁자와의 살아남기 경쟁 그런 오디션을 염두에 둔 이들에겐 멘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도움과 지도 그 사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난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나서면서 아들 텔리마쿠스를 도와 그의 왕국을 잘 보호해 줄 것을 부탁했던 친구의 이름이 Μέντωρ였다는 그 어원을 생각하면, 사실 이 프로그램 적어도 오늘 이 단계에서의 mentor와 mentee는 본래의 뜻과 좀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바이벌 게임. 그건 사실 단순히 지금 ‘이 순간 살아남기’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 ‘삶의 영역 확보하기’다. 예능세계에서 뿐 아니라 이 세상 살아나가는 그 어느 개인 그 어느 회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확보는 완충영역을 포함한다. 쿠션을 마련해주는 버퍼 영역. 한 발 더 나가서 생각하면 ‘확실한’ 확보. 끝없는 욕심으로도 보일 수도 있는 그것을 위한 전쟁이 바로 이 세상 서바이벌 게임의 참모습이다. ‘지속적 생존’을 위한 쿠션과 버퍼의 확보.

 

오늘 화면의 저들은 분명 아마추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금 이 시점까지는. 아마추어라고 프로페셔널보다 마음가짐이 덜하지 않다. 프로가 옆의 프로를 의식하듯, 아마도 옆의 아마를 의식한다. 아니 어쩌면 ‘경계’를 뛰어넘어야한다는 생각에 더 절실히. ‘탈락’, 그것은 끝일까? 경계선? 음반 몇 장 냈다고 그것이 프로의 인증서가 될까? ‘인증서’가 ‘확실한 확보’가 아니라는 산 증거가 바로 또 다른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의 탈락이라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탈락은 단순히 채찍질? 그렇더라도, 채찍질 후가 아니라 그 쓰라림 전에 ‘계속 살아남아갈’ 수는?

 

오디션. 진정한 의미에서의 오디션은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동짓날이 가장 춥고 하짓날이 가장 더운 것이 아니듯이, 오늘 쌓아올리는 이 벽돌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세상이라는 ‘열용량’이 큰 존재가 반응하기까지엔 그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화면에 비치는 탈락자들의 저 눈물은 오늘의 반응일 뿐이다. 오늘 화면의 저들 중 누가 프로가 될 것인지 그것은 두고 볼 일이다.

 

멘토. 내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존재, 그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아마보다는 오히려 프로에게 더 절실한 존재가 멘토이다. 그것이 꼭 ‘명함’을 내미는 그 누구 내 손에 촉감을 앉혀주는 그 누구일 필요는 없다. 왜 그 좋은 말 있지 않은가. 他山之石. 내 눈에 보이는 내 생각에 떠오르는 그 모든 것이 나의 ‘정신적 멘토’가 될 수 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 그 마음자세, 그런 ‘겸손한 마음’ 속에 가장 소중한 멘토가 자리한다.

 

서바이벌 게임.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제 삼자의 결정에 맡기는 그런 오디션이지만, 사실 지금 우리 하나하나가 그 오디션의 심사관이지 않은가. 친구의 선택, 책의 선택, 취미의 선택, 생각의 선택, 이런 오디션 과정에서의 난 심사관이다. 어느 누구를 어떤 형태의 멘토를 선택할 것인가 그것 역시 일종의 오디션이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내 버퍼 영역’을 확보하기위한 내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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