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다른 시각에서....

뚝틀이 2012. 6. 6. 21:50

오늘 일을 그들의 시각에서 본다. 세 팀. 일당으로 본다면 단연 전기 쪽이 우세다. 아마도 이틀 정도 더 나오면 일이 마무리 될 듯. 일당으로 환산한다면 다른 팀의 몇 배다. 그 다음은 조적 팀. 형식이야 일당이지만, 사실은 자기들이 이 만큼 받아낼 수 있는 곳 하고 계산이 서면, 날짜 또는 투입인원으로 얼마든지 ‘재주’를 부릴 여지가 있다. 지난 번 우리 집 지을 때 너와팀 생각이 난다. 일은 전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지붕에 앉아 한담만 나누는 그들에게 정말 속 터질 지경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열심히 했냐고 물으니, 인생살이에 대한 이야기라나. 역시 이 조적팀의 ‘환산 일당’은 다른 팀보다 훨씬 많다. 어떻게 전기 쪽이 그렇게 높고 그 다음이 조적일까. 전기는 당연하다. 법으로 금지되어있다. 건축주가 직접 전기공사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사실 이들의 로비가 먹혀들어간 때문이다. 아무리 전기업체가 난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엄연히 면허업체인 이상, 그 진입장벽은 높은 편. 따라서 평당 얼마라는 말도 되지 않는 공식이 이 세계에 자리 잡고 있는 법. 그리고 이들은 이 일 저 일 만능으로 뛰는 것이 아니라, 전기 배선이라는 전문 일만 하기에 다른 분야의 노동자보다 전문 노하우 축적도 가능하다. 적어도 사장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조적팀은? 이 일에 면허라는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의 특수성 상, 미장팀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손재주가 없이는 독립할 수가 없는 분야다. 또 하루 종일 허리 굽히고 펴는 벽돌 쌓기 이 직업이 건강을 돈으로 바꾸는 대표적 직종이라 일컬어지는 것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고된 일이다. 따라서 어느 건축 현장에도 이들은 독립적 팀으로 뛰어들게 되어있고, 결국 이들 간에 담합에 의한 가격이 정해진 것이니, 이상할 일 도 없고. 그렇다면 목수는? 이 세계는 참 희한한 세계다. 목수 벨트만 차면 누구나 목수다. 사실 여기 가끔 조수로 투입되는 사람도 다른 곳에서는 목수로 통하는 사람이다. 지난 번 우리 집 지을 때도 오죽하면 두 명을 ‘잘라야’ 했겠나. 여기 현장에서 그가 목수라 불릴 수 없는 것은 그의 생산성이 진짜 목수에 비해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숙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험치 못한 일에 부딪쳤을 때 해결능력 그 면에서는 아예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니. 그래서 이 진짜 목수에게는 내 특별 일당을 책정했던 것이고, 그 일당이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내 잘못 알고 세웠던 계획을 바로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특별부분은 상쇄하고도 남으니 오히려 그에게 고맙다는 마음뿐일 정도다. 팀이라 하지만, 사실 전기 팀에선 사장, 조적 팀에선 팀장, 목수 팀에선 진짜 목수, 이들만이 능력에 걸맞은 임금을 받을 뿐이고, 나머지는 다 들러리다. 전에 우리 집 지을 때 전기공사 한 사람들을 누전문제로 일 년 후에 찾으니 그때 일한 네 사람 중 어느 한 사람도 이 회사에 남은 이가 없었다. 한 사람은 생수 판매원으로 또 다른 한 사람은 무슨 병원 관리인으로 뭐 이런 식으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전문가로 보이는 이들도 실은 잡역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늘 온 사람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적팀의 잡부. 한 사람의 시중들기도 벅찬데, 70넘은 나이에 세 명에게 시멘트 개고 벽돌 날라주는 일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 마음이 참 안 됐다. 그 고된 일을 하려면 사실 알코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들 정도로. 그래도 술을 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작업 중 음주를 금하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 그렇다고 누구는 마시면 안 되고 누구는 마셔도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니 어쩌겠는가. 오죽하면 이 양반, 너와 팀 잡부에게 하소연하더란다. 나무 붙잡고 우두커니 서있어도 돈 나오는 당신이 부럽다고. 그렇다면 이 너와팀 잡부는? 사실 그는 오늘 처음 나온 사람이다. 노숙자 신세였는데 어찌어찌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에 위험한 일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랬으니, 조적팀 그 사람이 보기엔 하루 종일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밖에. 내일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다른 일 좀 시켜볼까 하는 생각. 전에 고물 수집하는 부부에게 우리 집에서 차 한 잔 권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들었던 말. 사는 것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하는 일이 공사판 잡부고 그보다 더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하는 일이 고물 수집하러 다니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내 속을 뒤집어놓는 그 식당은? 참 신기한 것은 그 묘한 독점적 지위다. 요즘 잘 되는 식당 보기 힘들 정돈데, 이 집은 단체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매상 또한 보통사람들의 시골식당에 대한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니, 공사장 인부들의 식사 그깟 정도가 뭐 눈에 보이겠는가. 가깝고 절친한 일꾼들? 매상이란 면에서는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 하지만, 잊은 것이 있다. 내 전에 여기에 얼마나 매상을 올려줬는지. 또 그 사이에 얼마나 매상을 올려줄 수 있었는데,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는지. 아니, 내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요즘 그렇게 심술부리기? 어쨌든 어느 분야든, 몇 푼 안 되는 시간수당을 받고 일하는 종업원들의 여기 식당도 마찬가지, 공생이라면 공생, 착취라면 착취, 왕초들만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나머지는 다 힘든 인생이다. 그래서 셈이 복잡해진다. 공생의 의미가 본능적으로 다른 관점을 압도한다. 너는 우리 팀이 아니야.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자기의 왕초에 대한 증오가 다른 팀원에게 폭발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팀 간의 긴장이 배가되기도 하고. 행복의 척도라는 관점에서는? 행복의 외양을 웃음으로 본다면? 사업상의 웃음, 가식된 웃음, 진심으로부터의 웃음. 여유로운 웃음과 수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농담이라는 것을 그 외양의 척도로 보아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그들의 눈에 보이는 나는? 자기 집도 아닌 남의 집을 이렇게 ‘호화판’으로 지어주고 있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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