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뚝틀이 2012. 6. 30. 16:17

비,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리고 있다.

시원하게 퍼붓는 것도 아니고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 그쳤는가 싶었다 다시 내리는.

올해라고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집 지을 때, 그 스케줄을 아는지, 묘하게도 꼭 어긋나게 틀어지게 내렸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기억만이 남아있을 수도.

하지만, 며칠 전 시에서 생수처럼 생긴 식수를 배급할 때 느꼈었다.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집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 짓는 것이라는 것을.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받는 우리 마을 상수원. 공해라는 것이 있을 리 없는 이곳 그 맑은 물.

그것이 말라, 며칠 전에는 지하수를 퍼 올렸었다. 꾸역꾸역 누런 흙탕물 쏟아내던 수도꼭지.

모처럼 시간이 나 올라갔던 어제 사태골.

이 계곡에 물이 이렇게 마른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몇 군데 웅덩이 식으로 물이 고여 있을 뿐, 흐르는 물 그 물 소리 그런 것 전혀 없었다.

산수국 흐드러지게 피어나야할 그곳에도 힘겹게 가냘픈 목소리 내는 창백한 몇 친구들 뿐.

오늘 비, 그렇게도 기다려지던 이 비.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자꾸 현관 앞으로 나가 앉는다.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아름다운 비 착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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