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교훈. 뭐 또 한 번 집 지을 일이 없으니 교훈이랄 것까지는 없고, 그냥 경험, 혹은 그저 생각의 계기 정도라고나 할까. 전에 우리 집 지어본 경험이 있고, 또 이 사람의 “제가 한 이틀 시간 내어보죠 뭐.” 하는 말도 있고 해서, ‘한’ 이틀이라는 것에 들어있는 ‘흥정’의 의미까지 고려해, 3일 정도의 작업일수를 예상했었다. 첫날은, 정확히 말하자면 오전엔, 진행이 빨랐다. 이 사람 정말 문자 그대로 이틀을 의미했었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후에 약간 쳐지는 듯 했지만 적어도 작업량으로 볼 때 한 1/3 정도라 이 정도면 오케이 아냐 뭐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들뜬 희망은 그것으로 끝. 둘째 날이 되자, 그 작업량이 첫날의 반으로 줄어들더니, 셋째 날은 또 그의 반, 넷째 날 오늘은 완벽한 완행열차. 더구나 오늘 나눈 이야기로는 일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나 있는지 그것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문뜩 로그 커브의 모양이 생각난다. 처음에 보조인력만으로 이 미장일을 시작할 때는, 이런저런 준비라는 성격의 작업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냥 어수선, 오리무중,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난감했었다. log0∼-∞, 혼돈의 마이너스 무한대. 이때는 한 열흘 정도, 일 전체의 양을 1이라고 했을 때 log10=1까지 각오했었다. 그런 상황은 하루로 끝나고, 이틀 째 등장한 기세 등등 이 사람. 그의 첫째 날 작업량은 1/3. 말하자면 log2≈0.3010이라고나 할까. 일당 지출이 두 배로 늘었지만, 그래도 열흘의 반 닷새가 아니라 사흘 정도에 일을 끝낼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닌가 뭐 그런 생각.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선형적으로 움직이던가. 그 다음 날 로그 값은 log3=0.4771, 전날 비 증가분은 0.1761, 그렇다면 앞으로 적어도 사흘간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또 그 다음날은 log4=0.6020, 이번엔 그 증가분이 0.1249, 그리고 오늘 log5=0.6990, 증가분은 0.0970. 첫날 작업량에 비하면 말도 되지 않는 수치다. 거기에 해머 한 방 더. “여기는 다음 사람이 오면.......!” "내일은 다른 일이 있어서...." 이건 '님은 먼∼곳에'가 아니라 '끝은 먼~곳에'다. 교훈? 계기? 생각은 이렇다. 전에도 몇 번이나 확인했던 것. 호의라는 것. 그냥 아무 이해관계 없이 지내면 좋았을 사람들.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대신 '가까운'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요구와 기대라는 개념이 그 친분관계에 섞이게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실망과 갈등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하긴 이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멀리' 있는 사람이라면 '선망'의 대상으로 남아있을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구체적 '성공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이해와 헤게머니가 겹치게 되는 '갈등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 집 하나 지으면서 별 쓸데없는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