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첫 번째 작품 즉 데뷔작. 나에게는 ‘The Alchemist’, ‘The Winner Stands Alone’에 이어 작가의 세 번째 소설. 영문제목은 ‘On the road to Santiago de Compostela’.
작가는 실화라 이야기하지만, 그 주장 또한 소설의 일부로 보아, ‘작가가 실제라고 느꼈던 영적체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을 듯.
이야기는 파울로가 람이라는 마법사의 권능을 부여받는 마지막 순간, 그가 탐욕으로 추락했다는 마스터의 판결로 검을 잃게 되고, 자신의 그 검을 찾아 순례자의 길을 떠날 것을 명령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로부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까지의 순례자의 길. 이 길을 페트루스라는 안내자와 함께 하는데, 그의 지시와 가르침 속에 자신이 왜 그 검을 받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아가게 된다.
이런 종류의 책이 언제나 그렇듯이 스토리 라인은 부차적.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어려움에 대한 태도 그 밑바닥에는 무슨 생각이 깔려있는지, 무엇이 만용이고 무엇이 진정한 용기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일깨움’이 주 내용. 하지만, 이런 ‘생경한 던져줌’ 그런 것이 일반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든 일이고.... 그래도 나에게는 오랜만에 읽은 좋은 책.
마음에 와 닿았던 한 부분.
꿈들을 죽일 때 타나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장 바빠 보였던 사람조차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그들은 사실 '선한 싸움'을 벌일 자신이 없는 겁니다.
꿈들이 죽어가는 두 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일상의 성벽 안에 머무르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창이 서로 부딪치며 부러지는 소리, 땀과 먼지 냄새, 말에서 추락하는 소리,
정복의 열망으로 목이 마른 전사들의 불꽃같은 눈빛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 싸우는 사람의 심장이 느끼는 그 엄청난 희열은 결코 알지 못합니다.
싸우는 그에게는 승리나 패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선한 싸움'을 치르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하지요.
마지막으로, 그 세 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젊은 날의 환상은 내려놓고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또래의 누군가 아직도 인생에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원한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놀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실상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지요.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기를 포기한 겁니다.
즉,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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