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딸, 미국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길을 걷던 이 커리어우먼, 김한길과의 사랑의 도피와 이혼, 외국인과의 재혼, 버클리 수재였던 첫 아이의 돌연한 죽음, 실명 위기, 암 투병, 사역의 길, 그리고 죽음.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익히 알고 있던 인물 이민아.
어느 날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 하도 감동적인 책이 있어 그 감동을 나누려 책을 보냈다고. 무슨 책인지 물으니 간증집이란다. 이럴 때 난처하다. 신앙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 간증집이라니. 누군가가 읽으라고 보내준 책을 그냥 덮어두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닌데, 그렇다고 취향이 아닌 책을 읽는 것은 고역. 마침 오늘은 비. 비 오는 날엔 집짓기를 쉴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차피... 하는 마음에 책을 손에.
전에도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긍정적 사고로 이겨내는 태도로 화제가 된 사람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서강대 교수였던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그랬다. 화제의 인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로는 두 번째인 셈인가? Steve Jobs의 전기도 읽었지만 그건 딴 사람이 쓴 것이고, Randy Pausch의 강연을 유튜브에서 몇 번 들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너무나도 강하게 신앙적 색채를 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던 ‘유명인사'는 자신에게 심리적 부담이었을 뿐이고, 부모에게 실망을 안겨줄까 ’삐뚤어진‘ 길로 나가지 않았던 ’모범생‘ 자신의 모습은 위선이었을 뿐이고, 자신이 고대했던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다는 믿음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택했던 미국에서의 결혼생활은 ’사랑의 표현 방법‘이 어긋나 이혼으로 끝나고, 그와의 아들은 어느 날 이유 없이 저 세상으로 가고, 둘째 아들은 자폐증. 자신은 암 또 실명위기, 어찌 보면 자기변명과 한탄으로 끝날 수 있는 이 삶의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유는? 내 아이들만 '나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가 땅 끝의 아이들. 그 근본 문제는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신앙이란 무엇인지 그 힘의 위대함을 알려주기 위하여.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울로 코엘료의 ‘포르토벨로의 마녀’ (0) | 2012.08.22 |
---|---|
Paulo Coelho의 '순례자' (0) | 2012.08.22 |
Douglas Kennedy의 'The Big Picture' (0) | 2012.04.25 |
Irène Némirovsky의 'Suite Française' (0) | 2011.12.16 |
Walter Isaacson의 'Steve Jobs' (0) | 201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