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충격

뚝틀이 2012. 9. 16. 02:16

자책과 회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깊은 충격에 빠져.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작년에 일어났던 일이 그대로 반복된다. 그때도 결국 세 번을 다녀왔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물매화 사진 찍기. 지난 주말에 두 곳 다 한 번씩 갔었고, 주중에 다시 한 번 갔었다. 처음 갔을 때는 빛이 없어 그랬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었다. 주중에 가선 그러면 그렇지 하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었다. 오늘 본격적 출사. 미리 마련해놓은 긴 장화까지 갖추고. 열심히 찍었다. 몇 백 장을 찍었다. 이 정도 밝기면 될까? 이런 구도면 재미있겠지? 자신감에 넘쳐서. 하지만 경솔하지 않게 한 장 한 장에 온 정성을 담아. 신중을 기해 열심히 중간 체크까지 해가며. 하지만, 집에 와 모니터에 올라오는 사진들 넘기며 충격에 빠진다. 심한 충격에. 어떻게 그 수 백 장 중 단 한 장도 건질 것이 없다는 말인가. 내 무슨 높은 심미안으로 도예공 같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으로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서가 아니다. 구도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사진의 대부분은 과다노출로 꽃술이 제대로 잡힌 것이 없고, 정말 정말로 한심한 것은 원하는 위치에 초점이 제대로 맞아 들어간 사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눈이 침침해져서 수동으로 초점 맞추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가짐 그 기본부터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영화관 스크린을 생각하면 된다. 동영상도 결국은 정지화상의 모음이다. 원하는 위치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 거기에 초점이 맞지 않는데 구도니 배경이니 색감이니 그런 것 운운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선을 다했다느니 그것이 한계였다느니 하는 것은 다 ‘상황’이란 변명을 늘어놓기 위한 비겁함에 다름 아니다. 변명이 무슨 소용인가. 이건 누구와 접전하는 펜싱도 레슬링도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요 의지와 집념의 게임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본업에도 취미에도 어디에나 적용되는 기본자세다. 여기에 if와 but를 달려면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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