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으로 불행을 안게 된 청년, 그가 자살할 장소로 택한 옛날 옛적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던 용이 온천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퇴치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어느 마을. 첫눈 오는 날을 내심 결행일로 정하고 전설의 장소 용머리에 오르곤 하는 그, 어느 날 그 앞에 나타나는 신비의 소녀 탐정지망생.
오늘날까지 그 집안 ‘여신’의 비호아래 평화로운 이 마을에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 목 잘린 채로 발견되는 여신후계자 첫째 딸. 범인으로 몰리는 이 청년을 구해주는 탐정지망생, 이 사건 수사에 고용되는 탐정 애꾸눈 소녀, 쾌도난마 활약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그 소녀, 하지만 범인체포 후에 계속되는 동일수법 살해사건, 그 다음 후계자 둘째 딸, 또 거기에 이어 셋째 딸, 이번엔 탐정 그 소녀의 아버지까지 제물. 결국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그로부터 18년 후.....
어제 읽은 추리소설이 너무 허술한 스타일이었던 탓일까, 그 옛날 怪盜루팡이나 셜록홈즈 같은 정통物을 다시 만난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책 말미 해설을 보니 일본에서의 새 추세 소위 ‘新本格 미스터리’에 속하는 작품이란다. 그 어떤 사소하게 보이는 사건현장의 흔적이나 용의자의 표정 말 한 마디 또 전설 한 구절에도 무슨 의미인가 담겨있고 단서가 된다. 범인의(물론 작가의) 마수에 걸려드는 허점은 다양하다. 수다스런 여관주인, 전통이란 권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관습,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사이의 불륜, 선입관적 외인혐오 등등. 가끔 다가오는 복선 매설의 느낌 그 친절한 미끼 덕에 작가와 함께 추리해가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물론 전혀 예기치 못한 반전, 그건 작가의 권리 아닌가.
사전을 찾아보니 제목의 隻眼(せきがん)에도 ‘외눈’이란 뜻만 아니라 ‘남다른 식견을 가진’이라는 뉘앙스도 담겨있다. 주인공을 애꾸눈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계속 방관자요 관찰자 성격에 지나지 않았던 청년에게도 ‘스토리상의 역할’이 부여되는 끝 장면에서는 작가의 완벽추구 정신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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