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S.S. Van Dine의 ‘The Bishop Murder Case’

뚝틀이 2012. 12. 4. 21:57

http://gutenberg.net.au/ebooks02/0200241.txt

 

뉴욕지방검사 Markham의 다급한 협조요청, 그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는 Philo Vance. 차 안에서의 문답.

무슨 일? Joseph Robin 이란 사람이 화살에 맞아.... 화살에? 이름이 Robin? 그럼, 미들네임은? 그게 뭐가 중요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Cochrane이라는데. 와~, Cock Robin! “Who killed Cock Robin? ♪” 좀 진지해질 수 없나? 나 지금 진지해! 용의자는? Sperling. 그거 독어 아냐? 영어론 sparrow. 혹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Mother Goose’ 이 노래 알아?

 

"Who killed Cock Robin?

 'I,' said the sparrow,

 'With my bow and arrow.

 I killed Cock Robin.'"

 

사건 현장, 은퇴한 저명 교수 Dillard의 저택이자 Riverside Archery Club, 외진 곳 이곳, 이웃이라곤 뒷집 하나 또 길 건너편 한 집뿐. 수사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고 오히려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이곳 사람들.

‘이제 장난 좀 그만’ Markham 부탁에 아랑곳 않고 노래 가사 “Who killed Cock Robin?” 바로 그 가사. 발신자 이름은 Bishop.

이제 언론에서는 ‘The Bishop Murder Case’로.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며칠이나 지났어도 아직 오리무중 그 상태. Vance의 귓전을 건드리는 ‘사소한’ 사건 하나.

피살자 이름이 뭔데? John Sprig이라는데요. 혹 이마에 총 맞았나? 네. 어떻게 아셨죠? 아연실색하는 Vance. 또 ‘Mother Goose'!

"'There was a little man,

  And he had a little gun,

  And his bullets were made of lead, lead, lead;

  He shot Johnny Sprig

  Through the middle of his wig,

  And knocked it right off of his head, head, head.'"

 ‘The Bishop Murder Case’로 도배되는 언론. 공포에 떠는 뉴욕. 도대체 비숍, 이 사이코 살인마는 누구?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두 사건의 연결고리 그 흔적을 찾게 되는 수사팀.

지나친 자식사랑 엄마의 환상과 진실 그 혼동이 빚어낸 비극 쪽으로 가닥이 잡히며, 용의자로 지목되는 천재 수학자.

하지만 이번엔 이 꼽추 수학자의 추락사망. Vance, 이번에도 또 동요가사.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at fall”

 

더 이상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스포일러가 되겠기에...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만을 소개하자면 대충 이런 식이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간다 싶으면, 그때마다 마음이 급한 수사팀은 용의자를 잡아들여 닦달할 단계라 하고, Vance는 신중하자 극구 말리고. 하지만, Vance는 이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와는 달리 헤매기 일쑤. 누군가에게서 겨우 용의점을 잡아냈다 싶으면 그 사람이 살해되거나 자살을 하고, 그럴 때마다 수사팀은 사건종료를 선언하자 하고, Vance는 ‘천재의 예술품’인 이 범죄가 그렇게 허술하게 짜이고 허망하게 끝낼 리가 없다며 생각 수사 그 다음 단계에 돌입하고..... 결국 반전 아닌 반전. (물론 이번에도 책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범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책 막판에 풀이되는 바로 요인이 눈에 띄었기에. 어찌 이 작가의 작품에서 다 이럴까 생각해보니, 단순한 이유다. Van Dine의 1920년대 이 작품 이후, 비슷한 스타일 소설들이 있었기 때문. 당연하지, 내 그렇게 ‘똑똑할’ 리가....)

 

지금까지의 세 권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문제점’이 보인다. (물론 이제 'The Green Murder Case'로 넘어갈 생각이지만)

- Stereotype의 인물 설정. Vance는 거의 초능력자에 가까운 천재로 묘사된다.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음악회 연극 갤러리 다닐 곳 다 다니는 고급한량(dilettante)이지만 ‘심리파악’ 하나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능력자. 반면, 그래도 명색이 검사인 Markham, 이 사람은 Vance의 생각흐름조차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꽉 막힌 사람으로, 심지어 형사 Heath는 거의 ‘원시동물’ 그 수준으로 묘사된다. 가끔 애교어린 실수도 하는 Vance, 또 Vance가 힘들어할 때 작은 돌파구(minor contribution이라고나 할까)도 마련해주는 Markham, 거기에 인간미 물씬 풍기는 Heath, 이런 분위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작품 쓸 당시에 작가 나이 이미 40을 넘어섰었으니 어느 정도 삶의 깊이에 대한 이해 그런 것도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 이야기의 흐름. 이 작가는 비빔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섞여야 했는데, 계속 갸우뚱 꺄우뚱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이런 식이다. 사건이 터졌다. 범인 후보? 이 사람 이 사람 또 이 사람이다. 이 사람 한 번 볼까? 그 다음은 무대에 올려놓은 인물에 대한 현재 과거 분석 또 진범으로 추정될 수 있는 요인들.... 하지만 독자들은 이 열정적인 ‘착각 권유’를 가볍게 넘길 수밖에 없다. 책의 남은 분량으로 볼 때 벌써 결론이 날 리가 없다는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속아 넘어갈까보냐 하는 반감까지 생긴다. 책 읽기가 참 지루해지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보여주려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횡설수설이 많다. 작가는 Vance를 자신의 분신쯤으로 생각하는지, 불어 독어 라틴어를 툭툭 던져놓는다. 단어만이라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문장을 던져놓는데도 거침이 없다.(물론 이 시대 다른 작가의 ‘문학적 가치’가 높은 소설에서도 ‘외국어’가 나오지만 소위 뉘앙스를 살리려는 그런 목적에만 국한된다.) 떠벌이기. 기회가 날 때마다 심리학이면 심리학(이건 작품의 성격상 그렇다고 치고), 문학이면 문학(여기까지도 어느 정도 그렇다 치고, 하지만 구글 검색을 해가면서야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건 좀 너무하고), 음악이면 음악 또 미술이면 미술(작가의 원래 전공이 이쪽이었으니 그러고 싶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마구 뿌리기’는 정도를 넘어선다.), 심지어는 물리면 물리 수학이면 수학(여긴 너무 요란하게 폼 잡다가 허점이요 무리수가 곳곳에서 드러나 어색하기까지 하다. 하긴 앞의 분야에서도 그쪽 분야 사람들이 보기에 무리수가 많을 가능성이 있을 테고), 꼭 우리가 아는 주변의 누구를 보는 기분이다. 아무리 좋은 게 좋은 거라 하더라도 너무 떠벌이는 통에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 품위라고 할까, 깊이라고 할까, 문학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다. 이 사람의 작품을 처음 대하고(The Canary Murder Case) 모르는 단어 찾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땐 무척 놀랐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이렇게 어휘가 풍부할 수가 있을까, 그 경외감. 하지만, 두 번째(The Benson Murder Case) 또 세 번째(The Bishop Murder Case)로 들어가며 그 놀람은 가볍게 사라진다. 이 작가의 어휘세계에 처음 들어와서 아니면 이 지금은 그다지 쓰이지 않는 이 시대의 단어들을 몰라서 그랬던 것일 뿐, 작가의 어휘자체가 풍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하나. 내 찾았던 단어의 거의 대부분이 -ly가 붙은 부사 형태였지 형용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 ‘靜的狀態’를 묘사하는 ‘깊은 눈’ 거기에서 나오는 ‘문학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반응이나 표정변화 이런 쪽에 중점을 두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리라. 외교적 수사법은 많이 나오는데 가벼운 말장난으로 느껴지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한 권 더 The Greene Murder Case를 읽고자 하는 것은 이 작가 소설의 ‘상세한 수사보고서’ 그 ‘매력 포인트’ 때문이다.